전환지원금 확대 효과 미미하지만…알뜰폰 업계는 여전히 '촉각'

2024-04-02 16:00
알뜰폰→이통 3사, 전월 대비 11% ↓…이통 3사→알뜰폰은 반대로 10% ↑
효과 일부 나타났지만 전체적인 번호이동 건수 증가폭 고려하면 애매
알뜰폰 업계, 일단은 관망세지만…알뜰폰 이동 감소 흐름 지속 우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본사 전경 [사진=각 사]
이동통신 3사가 정부 요청대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50만원까지 확대하자 당초 우려대로 알뜰폰 업계에 타격이 일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한국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최근 공개한 3월 번호이동 추이에 따르면 지난달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를 이동한 건수는 9만6771건으로 전월(10만8908건) 대비 11%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SK텔레콤(SKT)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건수가 11% 줄었다. 이어 KT와 LG유플러스에서 이동한 건수도 각각 10.4%, 12.3% 감소했다. 

반면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넘어간 건수는 크게 늘며 10% 이상씩 순증했다. 우선 같은 기간 알뜰폰에서 SKT로 번호를 이동한 건수는 2만4378건으로 전월 대비 11.1% 늘었다. 이어 알뜰폰에서 KT와 LG유플러스로 넘어간 건수도 각각 전월보다 12%, 33.3% 급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가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확대를 공언했을 때부터 예견됐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달 정부가 지원금 한도를 최대 50만원까지 올리라고 이통 3사를 압박하자 알뜰폰 업계는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정책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10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정부가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확대할 것을 예고하자 "알뜰폰은 고사 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당시 협회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령 개정·후속 고시 제정으로 이통 3사 과점 구조가 더욱 강화됐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며 정부가 "알뜰폰은 살려 가면서 보조금 등 제한 해제 조치에 따른 시장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하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같은 달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단통법 고시 제정안과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를 통해 통신사업자 간 자율적인 마케팅 경쟁을 유도해 요금제 인하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이유에서다.

알뜰폰 업계는 전환지원금 확대 초기인 만큼 아직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전환지원금 확대 효과가 아직은 폭발적이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통 3사와 알뜰폰을 합친 3월 번호이동 건수는 52만4762건으로 전월(50만4119건)보다는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갤럭시S24 시리즈 사전예약 판매가 이뤄져 번호이동이 많았던 1월 56만63건과 비교하면 오히려 감소한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업계는 전환지원금 자체가 스마트폰 기기를 변경하는 것에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전환지원금 확대와 신규 스마트폰 출시가 맞물리지 않는 이상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환지원금 적용 대상 스마트폰이 갤럭시S24 등 최신 모델보다는 구형 기기에 쏠려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반응하지 않은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이제 거의 가전으로 취급된다"며 "지원금보다는 오히려 신학기, 신규 기기 출시 등이 번호이동을 하는 데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다만 알뜰폰 업계는 이달에도 이런 현상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확대되는 것은 아닌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은 이통 3사처럼 돈을 쓸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전환지원금 확대 이후부터 알뜰폰 업계에 대한 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