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늘리는 중소벤처, 활용도는 떨어져..."정부 사업 증빙에만 급급"

2021-07-15 07:00
중소벤처기업 4년새 지식재산 출원 55% 증가
양적 성장 이뤘으나 활용도는 낮아
전문가들 "지식재산 지분투자 금융정책도 도입해야"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상반기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지식재산(IP) 특허 출원 건수가 전년대비 18.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만에 최고치다. 지식재산 특허 건수는 매년 감소하다 2017년 기점으로 증가세로 전환됐는데, 이는 중소벤처기업이 견인했다. 2017년 대비 올해 상반기 중소벤처기업의 지식재산 특허 출원 건수 증가율은 55%에 달한다.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집중 육성을 위한 지원정책 영향이라는 평가다.

지난 4년 동안 중소벤처기업의 지식재산 특허는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과제는 남아 있다. 바로 활용도가 낮다는 점이다. 지식재산 특허를 보유한 중소벤처기업 10곳 중 4곳은 ‘정부지원 사업 가점’을 받는 데 이를 활용했다. 30% 정도만 기술금융 같은 자금조달에 지식재산 특허권이 사용됐다. 혁신성장 측면에서 긍정적인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은 가장 낮은 15%에 불과했다. 정부 주도로 진행된 양적 성장의 한계다. 지식재산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식재산 지분투자 금융정책’ 같은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식재산 지분투자 금융정책은 기존 담보 대출 형태가 아닌 지식재산 소유권에 지분투자를 진행하는 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 형태를 의미한다.

◆중소벤처기업 지식재산 특허 증가 견인…정부 지원 뒷받침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지식재산 출원은 총 28만413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3%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증가율은 4.5%였는데, 올해 증가폭을 늘렸다. 특허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쉽지 않은 경제상황에도 지식재산에 대한 우리 기업의 관심과 적극적인 활동이 올해도 지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원인 유형별로 살펴보면, 중소벤처기업이 전체 지식재산 출원 증가를 견인하는 혁신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올해 상반기 중소벤처기업의 지식재산 출원은 총 8만772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6% 늘었다. 증가율로 보면 20년(2001~2021년)간 최고치다. 같은 기간 대기업은 0.3%에 불과하고, 대학과 공공연구기관도 6.7%에 머물렀다.
 

중소벤처기업의 연도별 출원 증감률 [자료=통계청 제공]
 

통계청은 혁신활동을 방증하는 출원열풍 이면에 정부의 지식재산‧벤처 중시 정책기조가 일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식재산 금융, 제2의 벤처 열풍 실현 등의 지원정책을 추진해 왔다. 실제 지식재산 특허 출원은 감소세였으나, 2017년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전환됐고 증가폭도 매년 커졌다.

중소벤처기업의 연간 지식재산 특허 건수(6월 기준 누적)는 △2017년 5만6557건 △2018년 5만9459건 △2019년 6만6209건 △2020년 7만3959건 △2021년 8만7729건이다. 4년 동안 지식재산 특허 출원 증가율이 55.1%에 달한다.

특허청은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최초로 지식재산 출원 60만건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3년 국내 지식재산 출원이 30만건을 넘어선 이후 40만건을 달성하는 데 10년(2013년)이 걸렸다. 50만건을 넘어선 건 6년 후인 2019년이다. 올해 60만건을 돌파하면 10만건대 상승 기간이 2년으로 크게 단축된다.

김용래 특허청장은 “지식재산 출원 증가세는 우리 경제의 안정적 회복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며 “위기에 굴하지 않는 우리 중소벤처기업의 탄탄한 혁신역량이 바탕이 됐다”고 했다. 이어 “지식재산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욱 확산돼 중소벤처기업이 강력한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시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정부 주도 양적 성장 한계…기업 40% “정부 지원받는 데 지식재산권 활용”
지난 4년간 중소벤처기업 지식재산 특허의 양적 성장은 가속도가 붙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과제가 놓였다.

이노비즈협회가 지난해 12월 이노비즈(기술혁신형 중소기업) 1만892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 ‘중소기업 R&D, IP 활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기업은 전체의 85.7%다. 기업당 지식재산 특허권은 평균 9.02건이다. 이들은 지식재산 특허권을 출원‧심사‧유지하는 데 997만원(2020년)을 사용했다. 전년(1237만원)보다 다소 줄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최근 3년(2018~2020)간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514개사를 대상으로 보유 목적(복수응답)을 조사해보니 응답기업의 79%가 ‘자사 기술력의 대외 위상 강화’를 꼽았다. 이어 △신기술 보호(분쟁, 침해 등) 78.4% △정부지원 사업(지원 혹은 평가) 가점 70.2% △기술금융 등 자금 조달 시 활용 55.6% △라이선스 계약 등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52.1% 순이다.

하지만 지식재산권을 실제로 활용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정부지원 사업(지원 혹은 평가) 가점’(39.9%)에 지식재산권을 가장 많이 활용했다. △자사 기술력의 대외 위상 강화 38.5% △기술금융 등 조달 시 활용 27.8% △신기술 보호(분쟁, 침해 등) 17.3% △라이선스 계약 등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15.0%가 뒤를 이었다.

지식재산권 보유의 가장 큰 목적이 ‘위상 강화’, ‘신기술 보호’에 있다고 응답한 결과와 달리, 실제 사용은 ‘정부지원 사업’인 것이다. 정부 주도의 양적 성장 시 발생하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보고서는 “기업의 지식재산권 관련 정책은 질적으로 우수한 지식재산권 확보가 아닌 양적으로 많은 지식재산권 확보 형태로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기업의 지식재산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식재산권 지분투자 금융정책’ 도입 필요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기업에게 지식재산권 유지 비용은 큰 부담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나 활용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분투자 방식의 정책 도입이 기업의 지식재산권 활용도를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식재산권 지분투자 금융정책이 도입돼 지식재산권을 통한 자금조달이 수월해지면, 기업들은 더 많은 자금조달을 위해 질적으로 우수한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지식재산권의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를 받는다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기에 정책 도입 시 명확한 기준과 대책을 제시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지식재산권에 대한 지분 투자가 대외 위상 제고에 기여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면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업의 관심‧참여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