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 내민 손 외면했던 안철수, 이번엔 잡을까?

2021-06-16 18:00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논의 시작…당명변경 요구에 시작부터 삐걱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취임 인사차 국민의당 안철수 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18년 5월 6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의 한 카페에서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이 열렸다. 바른미래당 인사들이 총집결해 안 후보의 당선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의했다. 당시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두고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가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터라, 갈등을 넘어서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지 관심이 모였다.

안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노원병에 측근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공천을 요구했다. 20대 총선부터 지역구를 다져온 이준석 후보는 경선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공천 파열음이 커졌고, 김 교수는 발대식에 앞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 후보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김 교수와 함께 노원병 지역구를 함께 다니던 모습이 언론에 포착된 게 부담이 됐다.

공천 갈등을 겪었던 이 후보도 발대식에 참석했다. 안 후보의 선거 승리를 돕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서였다. 안 후보는 행사장에 입장하며 바른미래당 인사들과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이 후보 앞에 안 후보가 왔다. 이 후보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지만 안 후보는 이를 못 본 척 지나갔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후보는 19.6%를 득표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23.3%)에 뒤진 3위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만났다. 정치권에선 악연을 뒤로 한 채 두 사람이 합당을 이뤄낼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 노원병 지역구에서 맞붙은 뒤 두 사람의 악연은 계속됐다. 2018년 보궐선거 뒤 이 대표가 안 대표에게 “비읍시옷(ㅂㅅ)”이라고 표현했던 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을 도왔던 이 대표가 안 대표를 앞장서 비판했다.

두 사람은 원칙적으로 합당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다만 입장차는 명확하다. 이 대표는 앞서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시절 합의했던 내용을 이행한다는 입장이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인데, 국민의당 채무 인수 및 당직자 고용승계, 지분 등이다. 이 대표는 이 논의를 이어받아 합당 논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가 선출되자 안 대표의 입장이 바뀌었다. 당명과 정강정책 변경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로운 당명으로 가는 것이 원칙 있는 합당에 부합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시면 그건(당명 변경) 당연한 것 아니겠나”라며 “실무선에서 논의할 부분”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우리도 지분을 요구하지 않고, 국민의힘도 기득권을 요구하지 않고 서로 공정하게 합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주 전 권한대행의 협상안엔 들어있지 않았다. 어떤 연유로 새로운 제안이 나오게 됐는지 파악해보겠다”며 “금명간 사무총장을 임명하면 실무협상 책임자를 정해 정확한 답을 내놓겠다”고 했다. 안 대표를 만나선 “국민께서 합당 과정을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보지 않게, 전쟁같은 합당이 되지 않도록, 저와 안 대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합당 과정을 신속하게 마무리해서 국민 앞에 다시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종의 신경전을 펼친 셈이다.

국민의당의 당명 변경 주장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 선출 뒤 컨벤션 효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40% 가까이 나오는 상황이다. 당명 변경을 요구하는 건 지지율 상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도라는 것. 당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무슨 당명 변경이냐”며 “지분과 기득권을 내려놓자고 하는데 수사에 불과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이 안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에 비교적 열린 자세를 피력한 데다, 젊은 세대의 호응도 크다. 이 대표 선출 뒤로 국민의힘 당원 가입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굳이 안 대표와 합당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중도 외연 확장이 가능한 상황이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무리한 요구로 합당이 미뤄질 경우 고립되는 건 안 대표와 국민의당일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내민 손을 한 차례 거절했던 안 대표다. 이 대표가 내민 손을 이번엔 맞잡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