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여행 금지"…변수 생긴 도쿄 올림픽, 어떻게 되나
2021-05-26 06:00
한 전문가의 바람이었다. 그의 염원이 바람처럼 날아갈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 정부가 일본에 대해 여행경보 최종 단계(4단계)인 '여행 금지' 권고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 권고에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기관(국제올림픽위원회, 조직위, 미국올림픽위원회 등)들은 "개최에 문제는 없다"고 반박했다.
일본은 4045명의 일일 확진자가 발생해 누적 확진자 수 71만9925명을 기록했다. 사망률은 1.7%로 1만2265명이다.
반면, 한국은 516명의 일일 확진자에 누적은 13만6983명에 불과하다. 일본과 한국의 일일 확진자는 8배, 누적은 5배 정도다.
'올림픽 개최'에 대해서는 63%가 "올림픽을 취소하거나 다시 연기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물론, 일본 국민만의 생각은 아니다. 일본 재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 80% 이상이 연기나 취소를 희망하는 올림픽. 누가 강행할 것인가'라는 글을 게재했다.
일본 내에서 진행 중인 '올림픽 취소' 청원은 무려 4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댓글에는 '자살 올림픽'이라는 말이 나왔다.
답답한 상황이지만, 일본이 올림픽을 강행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일단 계약이 불평등하다. 도쿄도는 올림픽 유치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개최도시계약'을 맺었다.
해당 계약서에는 취소와 관련된 사항이 있다. 이에 따르면 개최지(도쿄도)는 계약 변경을 고려하도록 요청할 수 있고, IOC는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근거가 있을 시 취소할 권리가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올림픽이 취소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밑에는 이런 내용이 붙어 있다. '계약 변경은 IOC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그 재량은 IOC에 일임돼 있다.'
또 한 가지는 손해배상이다. 만약 도쿄도와 일본올림픽위원회가 IOC 의견과 상관없이 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IOC는 일본 측에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영국 BBC는 "올림픽 취소 권한은 IOC에 있다"고 말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22일 올림픽 강행의 의지를 표출했다. 그는 "도쿄 올림픽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며 "올림픽을 강행할 것이다. 올림픽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희생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현지 관계자와 올림픽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 본지는 전화통화를 통해 현재 상황과 개최 가능성을 물었다.
일본 내에서 올림픽을 준비 중인 한 관계자는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 개최와 미개최에 대한 이야기나 결정은 나온 바가 없다. 우리는 개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은 "복잡한 상황이다. 개최 가능성은 50대50이라고 할 수 있다. 변수가 없다면 진행할 것 같다"며 "IOC는 미개최를 염두에 두고 재정을 비축해 둔 상황이다. 도쿄 올림픽이 개최되지 않는다고 해도 재정적인 문제는 없다. IOC의 존재 이유는 동·하계 올림픽 개최에 있다.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개최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음 달이면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이 언급한 '변수' 중 하나가 바로 일본에 대한 여러 국가의 '여행 금지' 조치였다. 이날 미국이 이례적으로 앞에 나서면서 '불참'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7월 23일 개막하는 올림픽은 이제 두 달 남짓 남았다. 윤 원장의 말대로 결정 마지노선은 다음 달(6월)이다. 이날 미국이 쏘아 올린 변수가 향후 어떤 결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