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론] 엄습하는 반도체 위기, ‘오너 등판론’ 급부상

2021-04-20 04:30
전문가들, 이 부회장 사면 필요성 한목소리
"고 이건희 회장 사면 때보다 더 큰 위기"
대통령 결단 촉구…광복절 특사에 무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실제 사면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대란이 국가 간 패권주의로 격화되는 상황에서 ‘오너 기업인 등판론’이 현실화될지 법조계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사면은 법리적으로 가능하다.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 부회장은 이후 재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1년가량 복역한 바 있는 이 부회장은 재수감 후 3개월이 지난 현재 형기를 50%가량 채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인 점을 들어 이미 판결이 확정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위해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결단’뿐이라고 설명한다.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년 초에 대통령선거가 있어 연말에는 특별사면이 부담스러울 것이므로 여론이 긍정적이라면 광복절 특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전자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 부회장이 없는 삼성전자로서는 반도체 대란 상황에서 장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때문에 전 세계가 멈출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2009년 이뤄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이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다.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 회장이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는 명분으로 특별사면이 이뤄졌는데,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이 처한 상황을 보면 2009년 당시보다 더욱 급박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류 교수는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 동시에 흔들리는 시기”라며 “삼성전자로서는 중요한 결정, 큰 판단을 적기에 하려면 이 부회장이 꼭 필요한 상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이 사면된 이후 국내 경제와 산업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보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부회장이 앞서 ‘4세 경영’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사면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과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사면이 이뤄진다면 ‘새로운 삼성’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인 가운데,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 문제는 총수인 이 부회장 없이는 풀어내기 어려운 숙제라는 점도 지적된다.

정치권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통해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황 교수는 “유력 정치인·기업인에 대한 사면은 큰 메시지를 담게 된다”며 “통합과 화합, 미래지향 등 메시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류 교수 역시 “현재의 시대정신은 첫째가 화합, 둘째가 경제라고 본다”며 “삼성전자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이 부회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최근 국가경제를 반등시키기 위해 재계와 소통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이 소통 의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일 올해 첫 현장경영 행보로 반도체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평택사업장을 찾았다. 2021.01.04. 사진=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