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 사실 규명을 위한 통계 기능의 회복이 필요하다

2021-03-05 16:00
조명희 상명대 교육통계학 겸임교수

조명희 상명대 교육통계학 교수.[사진=상명대 제공]

영풍 석포제련소의 조업정지 사태가 거의 4년째 이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11월 대구고법에서 열린 재판에서는 석포제련소의 20일 조업정지와 관련된 중요한 자료가 공개됐다.

경상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의 북부지원이 경북도 환경안전과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시험성적서의 불소 항목 시험 결과에 대해 신뢰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언급됐다. 구체적인 이유는 '시험결과기록부의 시험 분석 결과 값과 검정곡선의 계산식에 따른 결과 값의 불일치' 때문이다.

환경부가 특정한 기업, 개인 등이 수질오염으로 인한 불법 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를 판정할 때 쓰는 '수질오염 공정 시험 기준'에 따르면 '각 시료의 농도를 측정한 뒤에 평균값과 그에 기반한 표준편차를 구하고, 첫 번째 검정곡선의 결정계수, 두 번째 감응계수, 세 번째 정확도 및 정밀도 등을 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교롭게도 경상북도 보건환경연구원 측은 오염을 판정하기 위한 실험 당시 담당 연구원이 누구인지 시험결과기록부에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소처럼 음이온류 관련 오염 문제를 판정할 때 쓰는 자외선·가시분광기 기법의 적용 결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마디로 지자체 산하기관이 1조 4000억원 매출 규모의 공장 가동을 중단시킬 것인가 여부를 판정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서류상의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것이다. 보다 강하게 말하면, 당국이 법을 어겨 가면서까지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결정을 내린 셈이다.

환경부는 당장 이 문제에 대해 대외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경북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에 3개월 동안 영업을 중단할 것을 조치했다. 2018년 당시 조업정지 여부를 망설이면서 고민하는 경상북도에 지휘권을 행사에 처분을 강행한 것이 환경부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논란에 대해서 이렇다 할 만한 사과나 자성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석포제련소 관련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통계 정보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필자는 지난 2019년 당시 안동댐 상류 수질, 퇴적물 조사 연구(Ⅰ)라는 제목의 환경부 연구보고서를 입수해 석포제련소가 하천 수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얼마나 체계적인 실증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파악해보았다.

해당 연구는 안동댐 상류 하천수와 퇴적토 오염 원인이 영풍 석포제련소와 폐광 때문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그 '가설'을 지지할 수 있는 통계 결과를 제시하지 못했고, 연구진도 본문에서 그 한계(샘플 수의 문제, 통계적 유의도 문제 등)를 인정했다.

다시 말해 연구자가 애초에 갖고 있었던 이론적·선험적 질문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낙동강 상류에 서식하고 있는 저서동물을 대상으로 퇴적물 독성시험을 하겠다'고 밝혀 놓고, 가설(실험군과 대조군 간에 차이가 있다는)을 검증할 수 있는 유의도 관련 분석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해당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적용한 통계 처리의 결과나 방법론 선택의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연구 과제는 환경부가 모 대학의 환경공학부 교수에게 의뢰해서 만든 결과물이다. 과연 연구책임자는 해당 내용을 제3자에게 공유할 경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일까.

올봄에 해당 연구의 2차 보고서 결과가 환경부 또는 대구지방환경청에 의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1차 보고서는 정책연구관리시스템(PRISM)을 통해 파일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연구 결과에 대해 당국도 상당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의 경북 보건환경연구원 사례와 함께 보면, 석포제련소가 설사 낙동강 환경오염의 주범이라 하더라도 심각하게 왜곡된 데이터로 뭇매를 맞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제아무리 흉악범이라도 법적 권리가 인정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다.

게다가 그 범죄자로 상정된 법인이 지역 주민들을 먹여 살리는 기업이라면 더욱 신중하게 원인 분석이 진행되어야 한다. 석포제련소를 향한 여론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종 의사결정과 관련된 데이터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환경부가 그 부분에 대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환경공학이 아니라 통계학을 전공한 제3자가 보기에도 납득할 수 있는 엄정한 결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