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보험 확대 산넘어 산]②낮은 수익률·빚투 바람에 개인들 연금보험 '외면'

2021-02-18 08:00
연금보험 5년 수익률 오히려 '마이너스'…지난달 증권으로 옮겨간 연금보험 금액 2888억원

정부와 보험업계가 고령화 가속화에 대비하기 위해 사적 연금보험 상품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낮은 수익률과 적은 세제 혜택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주식시장이 호황을 이어가면서 연금보험에 가입하기보다는 주식시장으로 빠르게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은행과 보험회사에 있던 개인연금저축과 퇴직연금(IRP)이 미래에셋대우 등 국내 5개 대형 증권사로 이전한 계좌는 총 1만1000개(2888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개인연금저축 계좌 7286개(1699억원)와 퇴직연금계좌 3717개(1189억원)가 각각 이동했다.
 
올해 1월의 이전 계좌수와 금액은 2020년 1월의 이전 계좌수(3038건)와 금액(969억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계좌 약 4만4000개(1조669억원)가 은행·보험에서 증권사로 이동했다.
 
특히, 보험 계좌의 이전 비중이 컸다. 지난 1월 한 달간 증권사로 이전한 연금 계좌(1만1000개) 가운데 80% 이상인 9205계좌가 보험사에서 이동했다.
 
보험사의 연금 계좌가 증권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데는 수익률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연금보험 상품의 경우 5년 동안 꾸준히 돈을 부어도 원금조차 건지기 힘든 수준이기 때문이다.
 
사들이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에서 사업비 명목으로 7%가 넘는 수수료를 떼 가는 데다, 과도한 사업비 탓에 실제 수익률은 은행의 예금이나 적금만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생명보험업계에서 판매된 67개 연금보험 상품에 매달 돈을 내는 적립식 조건으로 가입했을 때, 보험료 납입 5년 차에 예상되는 적립률은 평균 99.1%에 불과했다. 상품별로 보면 5년차 적립율이 100% 이하인 경우 상품은 전체의 58.2%(39개)에 달했다. 예상 적립률이 100%를 하회하면, 납입한 보험료보다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낮다는 뜻이다.
 
연금보험 수익률이 낮은 데에는 과도한 사업비 때문이다. 사업비는 생보사가 상품과 적립금 운용을 위해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 원금에서 제하는 비용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5년간 납입된 보험료에서 생보사들이 떼 간 사업비의 비율은 평균 7.2%에 달했다. 사업비를 제외한 나머지 원금에 대해 예정이율을 적용할 경우 10년간 연금보험을 납입한 가입자의 예정 수익률은 6.1%에 불과하다.
 
반면,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주식시장은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까지 불며 자금이 모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1조66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14일(10조2949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배로 넘게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코스피 상승세와 함께 지난해 꾸준히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웠다. 올 들어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를 이어가자 지난달 7일 빚투 규모는 2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와 보험업계가 연금보험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낮은 수익률로 연금보험을 이탈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주식 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현 상황은 어쩔 수 없지만, 과도한 사업비로 인한 수익률 감소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과거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해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을 제한한 것처럼 보험사의 사업비 제한 등의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정부 차원에서는 700만원에 불과한 연금보험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