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AVE, 대한류 시대가 온다] ⑭ 코로나 속에도 살아남은 K-무비
2021-01-11 00:20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일군 한국의 경제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은 -1.1%로 잠정 집계됐다. OECD는 "한국은 효과적인 코로나19 방역조치로 OECD 회원국 중 성장률이 가장 작은 폭으로 감소했다.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원으로 소비가 살아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됐다"고 평가했다. 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8%를 제시했다. 미국(3.2%), 일본(2.3%), 독일(2.8%), 프랑스(6%), 영국(4.2%) 등 OECD 주요국과 비교하면 다소 떨어지거나 비슷한 수치지만, 이들 국가의 고성장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으로 3~11% 역성장한 데 대한 반동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방역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훌륭히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부터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코로나19라는 환난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파고인 'K-WAVE'를 전 세계에 파급시킬 채비를 마쳤다.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 성장은 반도체, 스마트폰, 소재·부품·장비(소부장)라는 3대 효자 산업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미래 친환경 자동차인 수소차가 경제 성장의 새 원동력으로 합류한다. 조선, 건설기술도 경기가 풀리면서 반등할 전망이다. 차세대 이동통신 5G, 진단키트 등 한국이 전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과 게임, 영화, K-팝처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 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이크로FN+지급결제, MTS, 공정거래법+전자세정 등 한국의 앞선 디지털 환경도 널리 파급시킬 필요성이 있다. 이에 본지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한국 경제의 주역들을 집중 조망하기 위해 'K-WAVE가 온다'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①반도체
②스마트폰
③수소차
④소재‧부품‧장비
⑤5G
⑦진단키트
⑧게임
⑨푸드
⑩건설기술
⑪마이크로FN+지급결제
⑬공정거래법+전자세정
⑭영화
⑮K-POP
⑯전문가 인터뷰<끝>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히 거세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싸움에 전 세계 영화 산업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할리우드 역시 영화 개봉은커녕 제작까지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한국 영화는 좋은 성과를 거두며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K-무비 전반을 톺아보기로 한다.
◆'기생충'이 쏘아 올린 공··· 한국 영화, 해외 영화제 휩쓸다
올해 코로나19 여파에 영화 산업이 크게 위축되었지만, 한국 영화들은 해외 유수 영화제들에서 활약해 많은 이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활약이었다. 지난해 2월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품에 안았다.
앞서 아카데미상은 MGM의 설립자 루이 버트 메이어가 설립한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 AMPAS·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의 회원들이 그해의 최고 작품과 영화인들을 선정하는 시상식으로, 미국 내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간 영·미 영화, 백인 위주 수상 이력으로 '그들만의 리그', '지역 영화제'라며 비판의 대상이 됐던 바, 이제까지 외국 영화가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린 이력이 없었기에 '기생충'의 4관왕은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기생충'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들이 해외 영화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왔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이 로테르담 국제영화제를 찾았고, '도망친 여자'(감독 홍상수)가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을 받았다. 5월에는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 '행복의 나라로'(감독 임상수)가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고, 10월에는 영화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이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한국 영화들이 전 세계 영화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 함께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사회문제를 두고 이를 새로운 시선과 연출로 풀어나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 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장르적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사회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과 통찰력을 갖고 흡인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을 한국 영화의 매력으로 꼽고 있다.
◆'K-무비', 한류를 일으키다
우리 영화는 해외 관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영화 산업이 멈췄지만,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 '반도'(감독 연상호) 등으로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새로운 '한류'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대만에서 개봉한 영화 '결백'은 개봉 2주 차까지 100여개의 스크린을 유지하며 관객과 만났다. 해외 홍보나 이벤트 등을 따로 진행하지 않았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대만 대표 포털사이트 'Yahoo!대만 무비'의 관객 평점은 별 5개 만점에 4개, 커뮤니케이션 앱 'Line Movie' 평점은 9.4점으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었다.
영화 '부산행'의 속편인 '반도'는 지난해 글로벌 흥행작 중 하나.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190개국에 선판매됐으며, 북남미·유럽·아시아·오세아니아·중동 등 40개국에서 개봉해 글로벌 박스오피스 약 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팬데믹 선언 이후 영업을 중단했던 캐나다 극장은 '반도'로 영업을 재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상영관 내 거리 두기를 시행했던 토론토·밴쿠버·몬트리올·에드먼턴·캘거리·오타와 등 주요 도시 48개관에서도 첫 주말 12만 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1월 4일까지 누적관객수 9만6161명을 동원해 일본 박스오피스 7위를 기록,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원더우먼 1984'를 누르고 외화 1위를 지키고 있다.
◆'K-무비', 극장 넘어 OTT까지 장악하다
코로나19 여파에 급성장한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 산업도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로 극장 개봉이 어려워지자 많은 영화가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하게 됐기 때문이다.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는 2020년 미국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외국영화 톱10 중 4위를 기록, 아시아권 영화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9월 넷플릭스 공개 이틀 만에 전 세계 35개국 무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영화 최초로 글로벌 무비 차트 1위까지 석권한 이후 또 한 번의 쾌거다.
영화 '#살아있다'를 비롯해 '콜'(감독 이충현), '차인표'(감독 김동규)가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 시청자들과 만났고,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도 오는 2월 5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북미 지역의 유명 디지털 매체인 바이스(VICE)는 최근 아시아 전역에서 일고 있는 한국 영화·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에 대해 집중 조명하며 "올 한 해 넷플릭스를 통한 아시아권의 K-콘텐츠 시청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아시아 지역의 K-콘텐츠 시청량이 약 4배 증가했다. 지난해 1, 2월과 비교해 3~7월의 K-콘텐츠 시청량이 아시아 전역에서 평균적으로 150%가량 상승했고, 아시아를 넘어 미국, 캐나다, 포르투갈, 스페인 등 북미와 유럽에서도 시청량이 2.5배 증가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K-콘텐츠 제작을 위해 2015년부터 현재까지 약 7700억원(약 7억 달러)을 투자했고, 외신을 통해 내년 아시아 콘텐츠 투자액을 2배가량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영화 '기생충'과 그룹 방탄소년단의 성공, OTT 성장세 등이 시기적으로 맞물리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영화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으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게다가 OTT로 한국 콘텐츠의 접근성이 간편해져 유입률도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제 중요한 건 콘텐츠의 완성도다. 한국 콘텐츠의 관심도가 높아진 지금, K-무비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욱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내놓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