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AVE, 대한류 시대가 온다] ⑮ 'BTS·블랙핑크 약진'으로 새로운 길 개척한 K-POP

2021-01-12 00:05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일군 한국의 경제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은 -1.1%로 잠정 집계됐다. OECD는 "한국은 효과적인 코로나19 방역조치로 OECD 회원국 중 성장률이 가장 작은 폭으로 감소했다.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원으로 소비가 살아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됐다"고 평가했다. 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8%를 제시했다. 미국(3.2%), 일본(2.3%), 독일(2.8%), 프랑스(6%), 영국(4.2%) 등 OECD 주요국과 비교하면 다소 떨어지거나 비슷한 수치지만, 이들 국가의 고성장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으로 3~11% 역성장한 데 대한 반동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방역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훌륭히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부터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코로나19라는 환난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파고인 'K-WAVE'를 전 세계에 파급시킬 채비를 마쳤다.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 성장은 반도체, 스마트폰, 소재·부품·장비(소부장)라는 3대 효자 산업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미래 친환경 자동차인 수소차가 경제 성장의 새 원동력으로 합류한다. 조선, 건설기술도 경기가 풀리면서 반등할 전망이다. 차세대 이동통신 5G, 진단키트 등 한국이 전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과 게임, 영화, K-팝처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 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이크로FN+지급결제, MTS, 공정거래법+전자세정 등 한국의 앞선 디지털 환경도 널리 파급시킬 필요성이 있다. 이에 본지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한국 경제의 주역들을 집중 조망하기 위해 'K-WAVE가 온다'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①반도체
②스마트폰
③수소차
④소재‧부품‧장비
⑤5G
⑥조선
⑦진단키트
⑧게임
⑨푸드
⑩건설기술
⑪마이크로FN+지급결제
⑫MTS
⑬공정거래법+전자세정
⑭영화
⑮K-POP
⑯전문가 인터뷰<끝>


코로나19 여파에 길고 고단했던 2020년이 저물고 2021년이 찾아왔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한국 가요계는 유의미한 기록들을 쏟아냈다. 팬들과 만날 수는 없어도, 음악의 힘은 가뿐히 국경을 뛰어넘었다. 세계 각국의 K-POP 팬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콘서트를 관람했고, 손 안에 쥔 모바일 속 세상을 통해 소통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BTS·블랙핑크 "K-POP 약진으로 해외 음반판매량 증가"

2020년 CD 판매량은 K-POP 아이돌과 국내 팬덤이 주도하고, 해외 팬덤이 거들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수출된 음반은 1억2300만 달러(약 1353억원)에 달한다.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78.2% 급증한 액수다. 수출 대상 국가도 110여개국으로 늘었다.

K-POP이 빌보드를 습격하면서 북미 시장도 껑충 성장했다. 한국에서 음반을 많이 사 가는 상위 3개국에 2018년부터 미국이 들어온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을 앞서며 2위로 올라섰다. 미국의 K-POP 음반 수입량은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7%나 늘었다. 대륙별 음반 수출량 중 비아시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7.4%에서 2020년 24.2%까지 확대됐다.

2020년 K-POP은 방탄소년단(BTS)이 화려하게 빛냈다. 지난해 영화계에 '기생충'이 있었다면, 가요계에는 'BTS'가 있었다. 이들 일곱 멤버는 1년 내내 진귀한 기록을 세웠다. 1월에는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 축하 공연 무대에 섰고, 2월과 11월에 발표한 '맵 오브 더 솔: 7'과 '비'를 통해 그룹으로는 유일하게 앨범 2장을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린 아티스트가 됐다. 8월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등극한 데 이어 11월에 낸 '라이프 고즈 온'으로 또다시 같은 차트 정상을 밟았다. 특히 라이프 고즈 온은 비영어 노래의 최초 빌보드 싱글차트 1위 데뷔라는 새 역사를 썼다.​

 

방탄소년단 [사진=CJ ENM 제공]


꾸준히 글로벌 인기를 확대해오다 어느덧 전 세계인의 아이돌로 우뚝 선 그룹 BTS. 거대한 팬덤을 구축한 BTS의 성공 신화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권위자인 고딘은 <트라이브즈 - 새로운 부족의 탄생이 당신에게 성공의 기회가 되는 이유(Tribes)>라는 저서에서 중소 기획사 출신 BTS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슈퍼스타가 된 비결로 △팬들과의 적극적 소통 △팬들의 자발적 모임 △자체적인 콘텐츠 생산 △SNS 매체의 적극적 활용을 꼽았다. 이러한 현상을 '부족(tribe)'이라 칭하며, 부족은 자발적이고 적극적이고 지속적이어서 강력한 힘으로 변화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플랫폼 유튜브(Youtube)가 촉발한 K-POP의 성장에서 보듯, 뉴미디어의 변화는 BTS의 성공과도 무관하지 않다. BTS는 힙합과 전자음악(EDM)을 적절히 접목, 최신 트렌드에 맞는 음악과 종합예술을 추구하며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선보이며 유튜브를 장악했다.

이들은 비영어권의 한계를 넘고, 더 나아가 한국어 곡으로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찍으며 K-POP의 저변을 넓혔다. 그간 많은 K-POP 가수가 세계 무대로 진출했지만, K-POP 자체는 세계 음악 시장에서 하나의 '취향'으로 통용돼 왔다.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K-POP에 관심이 있는 '열혈 팬'들만이 향유하는 테마로 존재했던 것.

하지만 BTS가 2017년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처음으로 수상하며 미국 팝 시장 내 BTS의 입지가 움트기 시작했다. 빌보드 1위는 단순히 일부 팬들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성과인 만큼 '다이너마이트'는 K-POP의 좌표가 미국 팝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 최대·최강 팬클럽 '아미'를 든든한 아군으로 둔 BTS는 한국 음악계의 해외 진출 성공 방식을 새롭게 바꿨다. 영어 노래를 꼭 해야 할 필요도, 외국 유명 뮤지션에게 노래를 받고 피처링 공동 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 영어를 하는 외국인을 멤버로 두거나 해외 세계 기획사를 물색하지 않아도 해외 성공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입증했다.


블랙핑크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제공]


◆BTS가 끌고 블랙핑크가 밀고··· 빌보드를 장악한 K-POP

BTS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분석한 '다이너마이트'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그 규모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경제적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BTS의 기록은 새롭다 못해 놀라울 정도다. 스타디움 투어, 빌보드 '핫 100'과 '빌보드 200' 1위에 이어 이제는 한국 대중가요사 최초로 '그래미 어워즈'까지 꿈꿀 수 있게 됐다.

백인 중심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으로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이 붙을 만큼 그래매의 벽은 높기만 했다. 하지만 결국 그래미도 BTS에 빗장을 풀었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후보에 BTS를 올렸다. 이로써 BTS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이어 '그래미 어워즈' 수상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그간 국내 클래식이나 국악 관계자가 그래미 후보에 오른 적은 있었지만, 한국 대중가수는 BTS가 처음이다.

BTS를 필두로 했지만 해외 시장 폭발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블랙핑크가 대표적이다. 블랙핑크 역시 K-POP 걸그룹 '최초',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들이 특히 선전한 곳은 유튜브다. 현재 블랙핑크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5500만명으로, 전 세계 아티스트 중 2위다.

유튜브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는 만큼 억대 조회 수를 달성한 뮤직비디오만 25편에 이른다. 이 중 '뚜두뚜두' 14억뷰, '킬 디스 러브' 11억뷰 등 6억뷰 이상 뮤직비디오도 6편에 이른다.

아울러 블랙핑크는 레이디 가가, 셀레나 고메스 등 해외 팝 스타와 협업해 화제를 모았다. 첫 정규앨범 '디 앨범'은 미국 빌보드 200과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에서 발매 첫 주 모두 2위에 올랐다.

 

NCT[사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빌보드는 이제 더 이상 K-POP에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니다. 팬덤 연구소 블립이 발표한 '케이팝 레이더(K-Pop Radar)'는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2017년 데뷔)', 혼성그룹 '카드(KARD·2016년 데뷔)', 보이그룹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TXT·2019년 데뷔)', '에이티즈(ATEEZ·2018년 데뷔)', 'VAV(2015년 데뷔)' 등은 해외에서의 인기가 국내를 압도하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2020년 미국 시장에서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K-POP 그룹은 방탄소년단 외에도 '몬스타엑스(Monsta X)', 'NCT 127', 그리고 지난해 데뷔한 프로젝트 그룹 '슈퍼엠(SuperM)' 등이다. 

양적인 성장은 확실히 보여줬다. K-POP이 가지 못한 길은 없다는 것도 입증했다. 이제 앞으로는 질적인 성장을 향해 달려갈 때다. BTS가 2017년부터 차근차근 북미 팝 시장을 개척해 K-POP을 침투시켰다면, 이제는 K-POP을 믿고 듣는 하나의 장르로 전 세계인의 플레이 리스트에 안착시켜야 한다. 초석은 다졌다. 이제 본격적인 성장, 그리고 그 성장을 통한 수확을 거둬들이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