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가 만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K-MTS'는 시시각각 바뀌는 투자 환경에 맞추어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우리 온라인 주식거래시스템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로 수출할 만큼 역량을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동학개미 절반 이상이 쓰고 있는 MTS 콘텐츠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뛰어난 MTS 시스템이 해외에 수출된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대신증권은 2004년 대만 폴라리스증권에 18억원 규모의 온라인 주식거래 시스템을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태국 셋트레이드사, 2011년 인도네시아 만다리증권, 2017년 태국 부알루앙증권까지 총 4개국에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을 팔았다.

대신증권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 시대를 가장 먼저 주도한 증권사로, 일찌감치 IT 부문에 많은 투자와 개발을 해왔다. 당시에도 시스템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술력 구성과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자사 IT 인력이 전담할 정도로 당시부터 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대신증권뿐이 아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독보적인 개인 투자자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키움증권도 2017년 태국 피낸시아 사이러스 증권사와 온라인 주식거래 시스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3월 현지에 영웅문을 출시했다. 계약 기간은 그때부터 15년으로, 키움증권은 현재도 태국 피낸시아 사이러스 증권사로부터 영웅문 사용료(러닝 로열티)를 받고 있다.

당시 수출을 주도한 고(故) 권용원 키움증권 전 대표는 "동남아 증권사에 MTS와 HTS를 결코 '박리다매' 식으로 싸게 팔지 않고 제값을 받으며 수출했지만 통했다"며 "국내 MTS와 HTS 등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었다.

키움증권은 1세대 IT벤처기업 가운데 몇 안 되는 '성공 케이스'로 꼽히는 다우기술의 자회사로, 애초부터 IT 기반 금융기업으로 출범했다. 당시에는 혁신적이었던, 지점 없는 '점포 증권사'로 이름을 날렸고, 온라인 특화 전략에 따른 저비용 사업 구조와 낮은 수수료로 현재까지 15년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키움증권의 온라인 시스템 전반과 MTS 생체인식 기능 등은 다우기술에서 지원한다.

이 밖에도 NH투자증권은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NH-코린도증권과 2018년 사용권 계약을 맺고 HTS와 MTS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매매 플랫폼을 현지법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래에셋대우도 지난해 초 자체 IT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원장관리 시스템을 베트남 현지법인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K-MTS의 발달은 국내 증권사들의 뛰어난 IT 기술력뿐 아니라 국내 많은 엄지족(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이끌고 있다. 한국거래소 매체별 국내 주식 매매 현황을 보면 동학개미(국내 개인 투자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엄지족이다.

실제 지난 한 해 동안 동학개미 코스피 주식 거래량을 수단별로 집계한 결과 MTS 비중이 54.8%로 1위를 차지했다. 주식거래 체결 금액으로 따지면 56.6%로 비율이 더 높아진다. MTS 다음으로는 HTS가 거래 체결량과 체결 대금 기준 각각 42.4%, 39.1%로 2위를 차지했고 영업 단말기(2.4%·4%), 유선 단말기(0.2%·0.2%), 기타(0.1%·0.1%)가 뒤를 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동학개미 전체 거래량에서 MTS가 차지하는 비중이 53.9%를 기록했다. 이어 HTS(43.8%), 영업단말기(2.1%), 유선단말기(0.2%), 기타(0.1%) 순이었다. 주식 체결대금 기준으로도 MTS(53.4%)와 HTS(43.5%)가 각각 1·2위를 차지했고 3~5위는 영업단말기(2.9%), 유선단말기(0.1%), 기타(0.1%)였다.

꼭 동학개미가 아니더라도 코스피 투자자 가운데 MTS를 이용한 주식 거래량은 46.79%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용 비중이 큰 HTS(36.56%)와의 격차도 13.23% 포인트에 달했다. 그 뒤로는 기타(7.25%), 영업단말기(3.16%), 유선단말기(0.14%) 순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MTS를 이용한 비중이 49.17%로 코스피보다도 더 많았고, HTS 거래량은 43.8%에 그쳤다.

갈수록 MTS를 이용하는 투자자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까지만 해도 코스피 거래량 기준 MTS 비중은 35.58%로 HTS(39.65%)에 뒤졌지만 2019년에는 40.66%로 추월한 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MTS로 주식거래를 한다는 직장인 A씨(29·여)는 "HTS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며 "휴대폰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소지품이라 언제 어디서나 (주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편리하고, 주변(같이 투자하는 친구들)에서도 거의 MTS만 쓰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끔 점검이나 오류가 뜨는 것만 빼면 이용하는 데 딱히 큰 불편함도 못 느끼고 있다"고 했다.
 

늘어나는 '엄지 개미' 덕에 국내 증권사들도 꾸준히 MTS 콘텐츠 다변화를 시도하고 시스템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 MTS를 보면 만화, 동영상 등으로 제작된 투자 관련 콘텐츠를 한데 모아 제공하는 게시판이 있는가 하면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를 위해 밤에 접속하면 해외 증시를 바로 보여주는 자동 접속 시스템도 나왔다.

NH투자증권은 얼마 전 MTS에 '콘텐츠포유'라는 게시판을 새로 만들었다. 증권사가 발간하는 투자정보 리포트는 초보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착안해 친근한 용어와 화면구성을 바탕으로 한 알기 쉬운 콘텐츠를 공유하는 게시판이다.

이뿐 아니라 오후 6시~오전 6시 MTS에 접속하면 해외주식 거래 고객이 보다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나이트홈 모드로 자동 변경되도록 플랫폼도 업그레이드했다. 나이트홈 모드에서는 해외 증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국가별 종목 실시간 순위는 물론 다양한 종목 순위 정보를 볼 수 있다. 과거에는 해외 주식 주가는 15분가량 지연됐는데, 이제는 MTS를 이용하면 누구나 실시간으로 시세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식 관련 해외뉴스를 실시간으로 번역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NH투자증권은 MTS 해외주식 현재가(現在價) 뉴스화면에서 톰슨로이터(Thomson Reuters)로부터 실시간으로 받은 뉴스를 외부의 인공지능(AI) 번역엔진을 통해 제공한다. 그동안 해외뉴스는 국내 언론사가 번역한 기사로 접했지만, 이번 서비스로 투자자는 24시간 해외시황·종목 뉴스를 번역본과 영어 원문으로 볼 수 있게 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종목명이나 종목코드를 몰라도 해외주식 종목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검색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상품명, 서비스명, 섹터, 한자어 독음, 중국어 발음, 영문 발음 등으로 연관 해외주식을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다. 특히 중국이나 홍콩 기업은 다양한 표기 및 발음으로 검색이 어려웠으나 중국을 대표하는 국주인 마오타이를 만드는 기업을 찾으려고 할 때 서비스에 마오타이를 입력하면 귀주모태주라는 중국 주식을 바로 검색할 수 있다.

올해는 핀테크 기반 증권사인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이 자체 MTS를 출시할 예정이라, 기존 전통 증권사들과 차별화된 주식거래 서비스가 등장할지 기대감도 크다. 시장에서는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의 자체 MTS 개발이 금융투자업계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토스증권 자체 MTS는 이미 막바지 단계로, 이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서비스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