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책 무용론] 역대급 불황에도 '역대 최대' 타령만...경기진작 효과 의구심

2025-01-10 05:00
지난해 대책서 규모만 늘려…역대 지원에도 소비는 '찔끔'
잇단 정국 불안에 체감경기 바닥…고환율 여파에 물가 '꿈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조정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정부가 9일 내놓은 '설 명절 대책'은 예년과 대동소이한 지원 항목에 지원 규모만 소폭 늘리는 수준에 그쳤다. 매년 반복되는 대책이어서 그 효용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실제 2023년과 지난해 설 연휴 기간에도 국내 소비는 오히려 줄었다. 올해는 역대급 불황에 시달리고 있어 실효성 있는 정책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9일 국정현안조정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소상공인·중소기업에 39조원 신규 자금 공급, 농축수산물 등 성수품 할인에 900억원 투입 등을 골자로 한 명절 수급·물가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해마다 강조되는 '역대 최대' 기록은 올해도 이어졌다. 설 성수품 공급 규모는 지난해보다 8000t 늘었고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도 4000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인 것은 맞지만 같은 항목에 지원 규모만 늘린 것이다. 

설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선물세트 할인, 수출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 등에 대한 법인세·부가가치세·관세 환급금 조기 지급 방안도 매년 내놓는 단골 정책이다.  

그간 명절 대책이 보여주기식에 그치다 보니 효과도 미진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3년 설 연휴가 포함된 1월 소비판매액지수는 103.5로 전월보다 5.2% 감소했다. 음식료품(19.8%) 등 비내구재 소비는 6.4% 늘었지만 의복(-23.8%) 등 준내구재 소비가 21.4% 감소한 영향이다. 승용차(-31.0%) 등 비교적 가격이 높은 내구재 소비도 줄었다.

지난해 설 연휴가 이어진 1월과 2월 역시 소비 감소세를 보였다. 1월 소비는 전월 대비 7.2%, 2월은 4.2% 각각 줄었다. 1~2월 모두 음식료품 소비는 늘었지만 준내구재와 내구재 등에서 지갑을 닫았다. 

결국 대증요법보다 경기 활력 제고가 근본적 해법이라는 얘기다. 올해도 설을 앞두고 체감 경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째 1%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재작년 급등한 물가로 인한 기저효과, 가처분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부진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1500원 턱밑까지 근접한 원·달러 환율이 추후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에도 환율이 오르면서 지난해 11월까지 국내 수입물가는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환율 상승 폭이 더 가팔랐던 만큼 다음 달부터 소비자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정국 불안까지 더해져 경기를 급랭시키고 있다. 전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첫 경기 진단을 통해 '경기 하방 위험 확대'를 경고했다. KDI 경제 동향에 이 표현이 등장한 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던 202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그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4%에 그쳤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 역시 1.8%(정부 기준)에 불과하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설 연휴는 예년과는 다르게 내수 부진에 12·3 비상계엄 등 초대형 악재까지 겹친 채 도래한 만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훨씬 엄중한 상황"이라며 "(이번 명절 대책이) 대부분 과거에 진행한 사업이거나 재정을 당겨 쓰는 신속 집행이라 소비 관련 특단의 대책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며 "설 연휴가 임박해 당장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더라도 예비비를 투입해 명절 직후에는 본격적인 소비 진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