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월가의 저승사자' 올까?…눈길 쏠리는 바이든 내각 하마평

2020-11-09 17:27
워런 VS 브레이너드...경제사령탑 놓고 당내 진보-온건 줄다리기
외교 총괄엔 '수전 라이스' 하마평...1명 이상 공화당 입각도 추진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 승리를 확정한 가운데, 외신들은 발빠르게 내년에 출범할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윤곽에 대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분열한 미국의 통합'과 '국제사회 리더십 회복'이라는 두 가지 기치를 대내외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측근들의 정책 성향을 분석해 향후 입각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을 추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바이든 정권인수팀 대변인은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서 "이념과 정체성의 다양성이 정권 인수의 핵심 가치"라고 밝혔다. 역대 최대 수준의 유색인종과 여성 인사의 내각 등용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AP·연합뉴스]

 
경제사령탑 놓고 당내 진보-온건 줄다리기

특히, 이목이 쏠리는 곳은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망가져 버린 미국의 경제 회복을 총 지휘할 재무장관 자리다. 바이든의 경제 정책은 세율을 올리고 재정을 확대하는 '큰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방침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경제 수장을 두고 민주당 내 진보와 중도파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과 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 2파전으로 압축된다.

민주당 진보파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는 워런 의원은 이미 지난달 바이든 측에 재무장관 자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세력을 규합한 공로가 있는 만큼, 바이든 측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워런은 파산법을 전공한 법학자로서 현재 상원에서 경제 정책에 가장 조예가 깊은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데, 진보적인 경제 개혁 정책을 강조하는 만큼 입각 자체로 '월가의 저승사자'라는 공포감을 주기도 한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과 건강보험 공공화,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 등과 함께 재원 마련을 위해 부유세 신설과 반독점 의혹을 받고 있는 거대 기술기업 해체 등을 주장해왔다. 

다만, 공직 겸임이 금지된 현직 상원의원이라는 점에서 입각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최대 동률 가능성이 높아 한 석의 의원이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연준 안에서도 확장적 통화 정책을 선호해 '비둘기 중의 비둘기'로 꼽히는 브레이너드 이사는 시장과 공화당도 별다른 거부감을 보이지 않아 유력 후보로 꼽힌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정통 경제 엘리트 관료로, 컨설팅사인 맥킨지에서 경력을 시작해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국가경제위원회 부국장,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권에서 재무부 국제관계 차관을 거쳐 2014년 연준 이사로 임명됐다. 2016년 대선 당시에도 민주당 집권 시 유력한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다. 

미국 진보 성향 잡지 아메리칸프로스펙트는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적 색채는 브레이너드가 정할 것"이라며 "브레이너드 개인은 중도 성향이지만, 시대의 요구에 따라 진보 성향으로 이동해왔다"고 평가했다.

존 노리스 오크워스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마켓워치에서 "브레이너드 이사는 보수파와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 "중국과의 경제 관계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브레이너드 이사는 '바이든의 경제 교사'로도 알려진 재러드 번스타인과 함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자리에도 거론되고 있다.

2022년 2월로 임기가 끝나는 연준 의장 자리에는 현 제롬 파월 의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아울러 첫 흑인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인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등도 새로운 의장 후보로 거론되고는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과 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사진=AP·EPA·연합뉴스]

 
외교 총괄엔 '흑인 여성 장관' 유력··· 1명 이상 공화당 입각도 추진

외교사령탑 후보로는 유색인종 여성 인사로서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심심찮게 거론된다. 앞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부통령 후보에도 하마평에 올랐을 만큼, 바이든 당선인이 눈여겨보고 있던 인사다.

라이스는 특히 과거 행정부에서 쌓은 탄탄한 실무 경력이 장점이다. 과거 클린턴 정부 때 국무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공직을 시작한 후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거쳐, 오바마 정권 당시에는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국가안보보좌관까지 올랐다.

다만, 폴리티코는 공화당의 강력한 반발로 라이스가 낙마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라이스는 2012년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대사관이 공격당했던 사건에 대해 언론에 오류 정보를 발표해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라이스를 제외할 경우, 미국 NSC를 총괄하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도 하마평이 오르고 있는 토니 블링큰 바이든 캠프 외교 안보 분야 고문과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델라웨어주)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블링큰을 현재 바이든 캠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핵심 인사로 꼽았다. 한편 쿤스 의원은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을 승계할 만큼 바이든 당선자의 신임이 두텁다. 

국방장관 역시 미국 역사상 첫 여성 장관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과 이라크전에 참전한 상이군인인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일리노이주)이 언급된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은 직접 노동 개혁을 챙기기 위해 노동부 장관 입각을 희망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편, 바이든 당선인은 협치와 포용의 차원에서 최소 1명 이상의 공화당 인사도 입각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위에서부터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미셸 플러노이 전 미국 국방부 차관, 태미 덕워스 미국 상원의원.[사진=AP·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