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버티는 中企…100곳 중 34곳 이자도 못낸다
2020-10-12 05:00
9월말 기준 486조…역대 최고치 경신
코로나 장기화로 이자 지급 능력 급감
코로나 장기화로 이자 지급 능력 급감
코로나19 장기화로 중소기업이 받아간 대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경영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한 기업일수록 은행보다 금리가 2배 이상 높은 저축은행으로까지 손을 뻗은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중기대출액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의 이자지급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기대출 역대 최고치··· 고금리 저축은행 풍선효과도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2630억원 증가한 486조454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444조2247억원)과 비교하면 9개월 만에 42조2293억원 늘어난 규모로, 2019년 한해 증가액(30조7993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은행보다 금리가 두배 이상 높은 저축은행의 중기대출 역시 크게 늘어났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전체 중기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39조1862억원으로, 지난해 말(37조2104억원) 대비 약 2조원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이 지난 한해 동안 3조원가량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올 들어 증가폭이 상당한 셈이다.
특히 올해 2분기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저금리 특례 대출을 대거 지원했음에도 저축은행 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은 은행 대출로 경영자금이 부족하거나 은행에서 애초에 대출이 나오지 않은 기업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장기화로 이자지급 능력은 갈수록 떨어져
회사채를 발행할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 대출은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그런 면에서 중기대출 증가를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기업에 융통된 자금이 투자로 이어지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중기대출액이 매달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이자지급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부감사를 받는 중소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올해 1분기 449.17%에서 2분기 370.93%로 크게 떨어졌다. 중소기업 이자보상비율은 2019년 이후 매 분기 400%대를 기록해 왔으나, 올해 2분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2018년 3분기(292.05%)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에서 금융비용을 나눈 값으로, 비율이 하락할수록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이자로 나가는 비용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규모가 작아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곳까지 포함하면 이자지급 능력은 더 낮아진다. 한은은 법인세를 납부하는 중소기업 전체(외감+비외감)의 이자보상비율을 연간 단위로만 분석하는데, 이 비율은 2018년 275.01%에서 지난해 232.69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2017년 28.3%에서 2018년 31.3%, 2019년 34.1%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이자만큼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돈을 벌어도 이자조차 제대로 못 내는 기업이 100곳 중 34곳으로 늘었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중 다수는 외부감사조차 받지 않는 영세한 기업일 것"이라며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법인이 아닌 개인 명의로도 돈을 빌려 사업 자금을 충당하는 경우가 많아 부실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