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OTT] ① "OTT 이용자는 유목민, 왔다가도 언젠가는 떠납니다"

2020-07-07 08:00
구독관리 앱 왓섭 김준태 대표 인터뷰
"해지도 고객경험, 해지이유도 중요"
"가입만큼 해지도 쉬워야...고객에결정권 제공"

넷플릭스처럼 월 단위로 결제해서 이용하는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들이 우후죽순 늘어난다. 이와 함께 이용자 불편도 늘고 있다. 언제 가입했는지 모를 서비스 이용료가 결제되고 있거나, 해지하려고 해도 해지 방법이 서비스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도 서비스 진화와 함께 똑똑해지고 있다. 아무리 해지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할인 혜택을 주더라도 한번 마음먹은 고객은 결국 떠난다. OTT 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때문이다. 여러 OTT에 모두 가입하는 대신 고객들은 원하는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으로 이리저리 이동한다.

구독관리 서비스 왓섭(Whatssub)을 만든 김준태 대표는 6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소비자는 이미 OTT 플랫폼에 익숙해져 있다"며 "소비자들은 보고 싶은 콘텐츠를 찾아 '유목민'처럼 빠르게 이동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불만스럽거나 원하는 경험을 할 수 없으면 바로 서비스를 떠나는 데도 익숙한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떠난 고객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게 돼 있습니다. 물론 차별화된 콘텐츠를 앞으로 계속 내놓는다는 전제하에서죠. 그러려면 서비스 해지 과정에 고객이 불쾌함을 갖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8000원 돌려주지 않으려고 하다가 고객에게 서비스 자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게 되면, 그 고객은 어떤 콘텐츠를 내놔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고객이 될 겁니다."

최근 넷플릭스가 최초 가입 후 1년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고객에게 서비스 이용을 계속할 것인지를 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입만큼이나 해지도 서비스의 일환이라는 관점에서다. 넷플릭스는 계정을 취소한 뒤 10개월 이내에 다시 가입하면 즐겨찾기 기록과 같은 계정 이용정보를 그대로 살려놓겠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아직 고객들이 구독형 서비스에 갖는 불만은 여전하다. 김 대표가 지난해 왓섭을 만든 이유도 가입한 기억이 없는 외국계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가입돼 결제가 계속 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 이후였다. 김 대표는 "물론 관리에 소홀한 내 탓도 있었겠지만, 단순히 관리의 문제라기에는 서비스 해지에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며 "결제 현황을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왓섭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왓섭은 유료 서비스 결제현황을 한 눈에 관리하고 간편하게 해지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국내외 대표 구독 서비스 295개가 연동돼있다. 이 중 45개 서비스는 왓섭 앱 내에서 바로 서비스 해지가 가능하다.

해지에 걸리는 시간은 약 1분 남짓에 불과하다. 나머지 250개에 대해서는 서비스 해지 방법을 상세히 안내하는 '해지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도 영어만 잔뜩 적힌 해지 페이지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다가오는 서비스 결제일을 알려주는 기능도 포함했다. 서비스마다 결제일이 모두 제각각이라는 점을 고려한 기능이다. 김 대표는 "서비스마다 결제 주기도 다르고 무료 이용기간을 둔 뒤 유료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어 고객 입장에선 여러 결제 서비스를 한 번에 관리하기 힘들다"며 "고객이 가입한 서비스를 등록하면 서비스 해지기능은 물론 각 서비스별 결제일 알림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왓섭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자사 서비스를 고객이 떠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다. 김 대표는 "왓섭은 떠나는 고객에게 왜 떠나는지 이유를 묻고, 떠난 이후 실제로 어떤 서비스에 새로 가입하는지도 확인한다"며 "고객을 떠나보낸 회사 입장에선 서비스 개선을 위한 지침을 얻게 되므로 새 고객 유치에도 도움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왓섭은 새로운 구독 서비스에 간편하게 가입하는 기능도 포함했다.

왓섭은 올해 8월 중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정식 서비스 출시 이후에는 8개 신용카드사, 14개 은행과 연계해 자동으로 서비스 명세 내역을 볼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다.

김 대표는 "한번 구독한 이후에는 서비스를 해지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왓섭은 소비결정권을 오롯이 고객이 갖도록 돕는 서비스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왓섭 홈페이지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