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어르신도 "앱 만보기 켜고 걸어요"…별별 앱테크

2023-09-05 05: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언제 어디서나 손에 쥐는 것이 일상이 된 스마트폰을 활용해 소액의 보상을 얻는 ‘앱테크’가 각광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앱 이용 중 광고 시청 등을 통해 얻은 포인트를 사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근래에는 모바일 앱에 탑재된 만보기 서비스를 이용해 운동을 하거나 출석체크, 게임 참여 등을 통해 보상을 얻는 등 앱테크 방식이 한층 다변화되고 있다. 


◆ “매일 출석체크 시 포인트 제공”...걷기·설문조사·게임 등 종류 각양각색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10명 중 7~8명이 ‘앱테크’에 참여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1020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8%가량은 "앱테크에 참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앱테크에 대한 높은 관심은 고령층에서도 확인된다. 해당 연구소가 서울·수도권 내 64세 미만 금융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71%가 소액 재테크 활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연구소는 올해 금융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앱테크·짠테크'를 꼽았다. 

'앱테크'란 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앱을 통해 특정 행동을 수행하고 금전적 보상을 받는 행위를 말한다. 현재 가장 널리 알려진 앱테크는 금융회사 및 핀테크 모바일 앱이 운영 중인 '만보기 서비스'다.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건강 앱에서 제공하는 걸음 수 측정 기능을 리워드 앱에서 활용해 조건에 충족할 경우 포인트 등을 받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GPS 기능을 활용해 특정 장소 방문 시 보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실제 만보기 서비스를 제공 중인 토스의 경우 매일 1만보 달성 시 40원(1000걸음 10원, 5000걸음 20원)을 제공하고 특정 장소 방문 시 총 100원을 지급(장소당 20원)한다. 또 특정 장소 방문 시 친구와 함께 토스 켜고 기능도 함께 활용해 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할 수 있다. 토스 만보기 서비스는 지난해 기준 이용자 수가 400만명을 넘어섰다. 

삼성 통합 모바일앱인 모니모도 젤리 챌린지 내 만보기 미션을 통해 5000걸음 시 1젤리를 제공한다. 적립된 젤리는 현금화가 가능한 모니머니로 교환할 수 있다.

이용자가 앱상에서 미션에 참여하고 보상을 받는 '앱테크'도 있다. 모바일앱에 접속해 매일 출석체크를 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출석체크 이벤트는 단순 접속부터 앱 접속 후 특정 화면을 방문 후 도장 찍기, 퀴즈 풀기, 룰렛 돌리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신한 쏠, KB스타뱅킹, 하나원큐 등 내로라 하는 금융권 모바일앱, 빅테크 및 핀테크 앱들도 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NS 사용자가 제시된 링크를 통해 해당 SNS 계정을 구독하거나 좋아요 등을 누르고 보상을 받거나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소정의 보상을 제공받는 형태도 있다. 설문조사 앱테크의 경우 사용자가 설문조사 앱을 다운받아 가입한 뒤 프로필 조사 및 주제별 적합도 판정을 위한 기초조사 등을 수행하면 추후 다양한 주제의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 경기 둔화 속 "한 푼 아쉬운데 줍줍이라도"···금융·핀테크 록인 효과 기대

이처럼 '앱테크 열풍'이 확산된 배경에는 최근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경기가 악화되고 소비생활이 팍팍해진 데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높다. 물가 상승 등 비용 부담이 확대된 만큼 시간이나 장소 부담 없이 소소한 수익 창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앱테크뿐 아니라 '짠테크', '거지방', '무지출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또한 이용자 입장에서는 소소한 수익 외에도 건강·재미까지 얻을 수 있다. 

'앱테크' 참여를 두고 달라진 사회 인식도 한몫을 하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 앱테크 및 짠테크를 실천하는 사람들에 대해 '대단하다'(81.3%) '현명하다'(77.6%)라며 높게 평가하는 시각도 높아졌다. 이는 동일 조사에서 '안쓰럽다'(14.7%), '궁상맞다'(14.6%)는 부정적 시각과는 큰 격차를 보인다.

금융권이나 핀테크 등 일선 기업들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앱테크' 서비스 제공을 통해 앱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광고 수익을 통한 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출시되던 다양한 리워드 앱들이 실제 효과로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금융회사 등 많은 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보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앱테크 기능을 접목하면 소비자들이 오랜 기간 앱에 접속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앱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른바 '록인(Lock-in, 머무르게 하기) 효과 개념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민들의 건강한 생활 습관 등 정책 접근성 향상 차원에서 앱테크를 활용하고 있다. 개인이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도전하는 경쟁적 요소를 부여해 동기를 높이는 모바일 챌린지앱 개념이다. 실제 서울시 중구는 매일 1만보 걸음을 달성한 지역민과 해당 지역 생활권자에게 건강마일리지 200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이 포인트는 중구사랑상품권으로 교환할 수 있다. 충청남도에서도 모바일걷기 앱(걷쥬) 참여자에게 모바일 상품권 등을 제공하고 있다.

◆ “앱테크, 본인 성향과 잘 맞는지 확인해야”···'앱테크 빙자 폰지사기' 주의 필요

전문가들은 ‘앱테크’에 나서기에 앞서 평소 본인 생활습관 및 여유시간 등이 앱테크 등과 잘 맞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앱테크 참여에 따른 보상이 크지 않더라도 만족할 수 있어야 꾸준한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크루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앱테크로 버는 수익은 일평균 312원으로 추산됐다. 월 평균 금액은 3000원 미만 비중이 37.2%, 3000~5000원이 21.1%, 5000~1만원이 20.8% 순으로 나타났다.

앱테크 방식과 자신의 성향에 대해서도 잘 파악해야 한다. 이를테면 걷기를 싫어하는 이들의 경우 만보기를 통해 수익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단발성에 그칠 수 있다. 또한 앱테크 시작에 따른 보상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하나의 앱만 이용할 것이 아니라 다수의 앱을 운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앱테크 초반에는 기존에 설치돼 있는 금융회사나 빅테크 앱을 우선해서 이용해 볼 것을 추천한다”며 “앱이 많아질수록 소요되는 시간도 많아지기 때문에 초반에 ‘앱테크’ 적응기간을 갖기 위해서는 소수 앱으로 적응해 나가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앱테크 열풍을 악용한 사기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최근 SNS를 통해 “한달에 손쉽게 XX만원을 벌 수 있는 앱테크 또는 앱”, “앉아서 돈 버는 앱테크” 등의 이름으로 새로운 앱들이 많이 홍보되고 있다. 그러나 앱테크 자체로는 큰 금전적 이익을 볼 수 없는 만큼 높은 수익을 제공한다고 홍보하는 앱들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효율이 좋다고 알려진 리워드 앱들이 월평균 1만원 내외 정도 수준을 제공하는데, 이것도 앱 안에서 다양한 앱테크들을 꾸준히 했을 때 가능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멤버십 형태의 투자 유도나 과도한 추천인 및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앱도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앱에서는 회원가입 유도 및 이벤트 신청을 하면서 각종 개인 정보를 요구하고 이를 다른 제휴사와 공유하기도 해 본인도 모르게 개인 정보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최근 구독경제와 유사한 형태로 유료 멤버십 구매 시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리워드 앱들도 등장하고 있다. 유료 멤버십을 구매하면 포인트를 더 많이 적립해주거나 친구 초대 시 추가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형태다. 정상적인 앱테크 서비스라면 유료 멤버십을 통해 추가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금액이 커질수록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는 만큼 유료 방식을 권장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실제 지난 2018년 출시돼 앱테크로 각광을 받았던 '머지포인트'가 최대 20%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으나 2021년 업체 측이 포인트 판매를 돌연 중단하고 사용처를 대거 축소해 '먹튀' 및 폰지사기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머지포인트 사태 피해자 150여명이 집단 민사소송을 제기해 1심 재판부가 이달 초 머지포인트 운영사 측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박지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블로그와 SNS 등을 통해 일정 금액을 넣어두면 매일 이자처럼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하는 사례들이 있는데 이는 대부분 다단계 방식의 폰지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앱테크라는 홍보문구에 속지 말고 세부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