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시민 판단' 받는다…수사심의위 소집 결정

2020-06-11 17:4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이 의결됐다. 검찰시민위원회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하기로 11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검찰 외부 전문가 15인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가 사상 처음으로 대기업 총수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현재로선 기소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결정을 내려도 검찰 측이 기소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13층 소회의실에서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었다. 부의위는 과반의 찬성에 따라 수사심의위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부의위에 참여한 시민위원은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된 일반인 15명으로 구성됐다. 교사와 주부, 택시기사, 자영업자, 전직 공무원, 의사, 대학원생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의위는 별도의 구두 변론 없이 이 부회장 변호인단과 검찰이 전날 각각 제출한 A4 용지 30쪽 이내 분량의 의견서를 토대로 진행됐다.

이 부회장과 검찰 양측은 이번에도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다만 비법조인들을 상대로 한 만큼 법리 싸움보다는 이해와 설득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 측은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서 국민들의 참여로 기소 여부 등을 심사하자는 제도 취지에 이번 사건이 가장 잘 맞는다"며 수사심의위가 소집되지 않을 경우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이 부회장의 혐의 입증에 자신있다면 수사심의위를 피할 이유가 없다고 공세를 가하기도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는 기존 주장 역시 포함됐다. 검증 없이 기소될 경우 사실상 유죄의 낙인이 찍혀 삼성의 대외 신인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검찰 측은 "수사가 적정하고 공정하게 진행돼 왔으므로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수사팀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수사심의위가 이번에 소집될 경우 앞으로 다른 피의자들이 제도를 악용하거나 남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에 대해서도 양측은 다른 해석을 내놨다. 지난 9일 재판부는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기소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풀이한 반면, 이 부회장 측은 "구속 여부만을 결정한 것으로, 재판에 넘길지를 판단한 것이 아니다"고 맞받았다.

부의위는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수사심의위 소집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 등에 비춰 소명의 시간을 부여한다는 취지다. 검찰이 장기간 수사한 사안으로 기소가 예상되므로 부의 필요성이 없다는 의견도 제시 및 논의됐으나, 표결을 통해 과반수 찬성으로 부의 의결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국민들의 뜻을 수사 절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부의위의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열릴 수사심의위 변론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공은 수사심의위로 넘어갔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향후 1~2주 이내에 수사심의위가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심의위에선 외부 전문가 15명이 참여해 2주 안에 이 부회장 기소가 적절한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불기소를 권고해도 검찰 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까지 8차례 열린 수사심의위에선 모두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