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금지에도 톈안먼 추모 촛불밝힌 홍콩인들

2020-06-05 07:21
빅토리아 공원서 ‘톈안먼 31주년’ 추모
집회서 "홍콩독립 보장하라" 반정부 구호도
경찰 3000여명 배치…몽콕선 최루탄·4명 체포

30년 만에 처음 홍콩의 톈안먼(天安門) 사태 추모 촛불집회가 불허됐지만, 홍콩 코즈웨이베이 빅토리아 공원에는 시민 1만명 이상이 몰렸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반중 구호를 외치며 촛불을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톈안먼 사태가 발생한 1989년을 뜻하는 오후 8시 9분(현지시간) 공원에 모인 수많은 이들은 톈안먼 사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했다. 렁쿽훙(梁國雄) 전 사회민주연선 주석과 앨버트 호(何俊仁) 전 민주당 주석 등 저명한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6·4 진실규명, 1당 독재종식", "홍콩 독립만이 유일한 탈출구",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홍콩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집회를 불허하고 경찰 3000여명을 시내 곳곳에 배치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 집무실이 있는 홍콩정부청사와 중국 정부 파견 인력이 일하는 홍콩 연락판공실 등에는 시위 해산용 물대포도 배치했다.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된 빅토리아 공원 집회와 달리 쇼핑 중심가인 몽콕에선 도로를 점거하려는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해 진압봉과 후추 스프레이가 사용됐다고 SCMP는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소 4명이 체포됐으며 경관 1명이 머리와 팔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홍콩 구도심 할리우드 로드에선 가로 세로 45㎝ 크기의 폭발물로 의심되는 우편물이 발견돼 폭발물처리반이 출동해 해체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상자 겉면에는 '조심하라'고 적혀 있었으며 내부에 폭발물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간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온라인을 통한 동참 행렬이 이어졌다. 리척얀 지련회 주석은 “30년간 이어진 역사적 추모 집회를 감염병 핑계로 금지하는 것은 정치 탄압”이라며 “홍콩인의 저항 의지가 이어지는 한 추모 집회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홍콩 의회인 입법회는 중국 국가(國歌)인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법'을 통과시켰다. 홍콩 정부는 8명 초과 모임을 금지하는 정책을 18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혀 9일로 예정된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1주년 기념 집회를 원천 봉쇄할 방침이다. 
 

홍콩 시민들이 텐안먼 시위 유혈 진압 31주년을 맞아 4일 출입이 금지된 시내의 빅토리아 공원으로 진출해 시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