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 대기업 참여제한... 중소·중견 기업 참여 늘었지만, 대규모 시스템 구축엔 약점 드러내

2020-05-18 16:27

공공 소프트웨어(SW) 구축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가 공공 SW 산업의 질적 하락을 초래하고, 중견 SW 기업이 민간사업 대신 공공사업에 목매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18일 클라우드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개학 당시 공공 학습관리시스템(LMS) 장애는 결국 대기업참여제한제도가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 SW 업체가 15억~30억원의 사업비로 구축한 소규모 LMS를 2주 만에 600만명에 달하는 전국 초·중·고등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시스템으로 개편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LMS 개발사조차 해결하지 못한 공공 LMS의 문제를 해결한 곳은 LG CNS,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과 같은 대기업이었다. 하지만 두 대기업은 대기업참여제한제도와 나라장터를 통한 공공 SW 입찰과정을 거치지 않아 투입한 비용을 보상받지 못했다. 국가 일에 발 벗고 나섰다는 홍보효과로 만족해야만 했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뉴딜의 핵심인 'AI 원격교육 플랫폼'이 전 세계 1억명 이상의 이용자 수를 보유한 '구글 에듀케이션 플랫폼'과 경쟁하려면 국내 IT 업계 기술과 노하우를 결집한 슈퍼 앱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대기업 참여제한으로 구글 급 IT 기술을 보유한 국내 대기업이 한국형 뉴딜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AI 원격교육 플랫폼이 구글의 벽을 넘는 것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참여제한제도는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의 높은 공공SW 시장 점유율(2010년 기준 76%)을 해소하기 위해 2013년 1월 도입됐다. 2004년부터 사업비에 따라 단계적으로 공공SW 사업 참여에 제한을 받던 국내 SW 대기업은 2013년 1월부터 사업비와 관계없이 공공SW 사업 참여가 금지됐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간한 '한국의 SW기업 생태계와 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의 공공SW 참여 제한 이후 공공SW 시장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중견 SW 기업이 공공 매출 확대에 심취해 민간 매출과 수익성이 점점 악화됐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기업참여제한제도가 시행된 후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일부 신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2015년 예외규정을 신설했다.

실제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대기업이 수주한 공공 SW 사업은 총 173건에 불과하다. 수주 건수로 평가하면 수천개에 달하는 전체 공공 SW 사업에서 대기업의 비중은 0%에 가깝다. 하지만 수주 건수가 아닌 전체 공공 SW 사업비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달한다. 사업비 10억원 미만 공공 SW 사업은 중소기업이, 100억원 내외 사업은 중견기업이 수주했다면,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은 여전히 대기업이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보고서는 대기업참여제한제도 신설 후 대기업 역시 공공 매출 감소의 타격을 줄이고자 계열사 내부거래를 확대하는 등 관련된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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