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SW 대기업 참여 제한 연내 개편? 문제 그대로...기업들은 '시큰둥'

2023-11-22 16:00
공공 SW 사업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 참여 제한 완화 무의미
수익성 낮고 과업 변경 잦아...하청 악순환
대기업들 "1000억 이상 사업 드물다...더 낮춰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개선을 연내에 조속히 추진한다. 정부 행정전산망이 사흘간 마비된 원인 중 하나로 대기업 참여 제한 규제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SW 대기업들은 떨떠름한 반응이다. 공공 SW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리스크를 짊어지고 공공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것. 일각에선 이번 참여제한 제도 개선이 대기업들의 불참으로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간 준비했던 공공 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개선을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은 국가안보·신기술·민간투자형 사업 등을 제외하고 사업 규모와 관계없이 상호출자제한 대기업 집단의 참여를 원칙적으로 막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심의를 거쳐 대기업 참여가 허용되지만, 실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난 5년간 공공 SW 사업 가운데 대기업 참여가 허용된 사례는 고작 16건에 불과했다.

일례로 지난 6월 장애를 일으킨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경우 교육부가 구축 당시 대기업 참여를 허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과기정통부가 이를 반려한 바 있다.

결국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은 6월 말 해당 제도를 완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개선안 초안에 따르면 1000억원 이상의 대형 공공 SW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다. 과기정통부는 SW 대·중견·중소기업 등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추후 구체적인 개선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정부가 대기업 참여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공공 SW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대기업들이 사업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는 그대로일 것이란 게 업계 반응이다. 

가장 큰 문제는 낮은 수익성이다. 일선부처가 처음 공공 SW 사업 계획을 세우고 민간 수준에 맞춰 관련 예산을 요청해도 계획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산당국이 여러 이유를 들며 예산안 수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결국 민간 최저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사업 공고가 나고, 이를 입찰한 업체들은 최소한의 수익을 내기 위해 하도급을 주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진다.

IT 업계 관계자는 "압도적인 기술차가 없다면 결국 가격에서 입찰 여부가 판가름 난다"며 "현행 공공 SW 사업은 결국 최저가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기업이 제출한 가격을 맞추기 위해 하도급을 주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전문성 부족한 공무원들의 잦은 과업 변경 지시가 꼽힌다. 처음 사업 계획에서 요구했던 목표와 별개로 사업 중간에 잦은 추가·변경 요구가 더해짐으로써 사업 기간이 길어지고 목표로 한 결과물과 멀어지는 어려움이 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법으로 과업심의위원회 개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실제 기업들이 요구하는 계약변경과 금액조정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예산이 삭감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기업들은 완화 액수에도 불만을 갖고 있다. 1000억원 이상 대형 공공 SW 사업이 드물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전체 공공 SW 사업 가운데 1000억원 이상 사업은 19건(6.5%)에 불과했다. 대기업들은 1000억원 제한을 500억원 이하로 낮출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

또 대기업·중소기업 컨소시엄 구성 방법도 법으로 까다롭게 규정하고, 정작 컨소시엄에서 나눠서 만들었는데 다 만들고 시스템에서 장애가 일어나면 대기업만 문제로 지목하는 경우도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