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공 SW 참여제한 풀렸지만...기업들 "예산 확대, 갑질 방지가 우선"

2024-01-31 18:00
'상출제' 대기업도 700억원 이상 공공 사업 참여 가능
기업에 부담 주던 '과업 변경' 대가, 산정 가이드라인 올 안에 마련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 SW 사업의 경쟁 활성화와 품질 제고를 위한 브리핑에서 강도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장하은 기자]
 
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관련 사업에 원칙적으로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했던 기준을 700억원 이상으로 낮추고, 행정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예외 사업 심의 기간을 단축한다. 공공 SW 사업에 대한 대기업 관심도를 제고하기 위해 과업 변경 심의 세부 가이드라인도 올해 안에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공공 SW 사업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를 끌어내기 위해선 규제 완화보다 과업 변경의 탄력성을 높이고 발주처 갑질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 SW 사업의 경쟁 활성화와 품질 제고를 위한 브리핑을 열고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 제도 개편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공 SW 사업에 대해서는 기업규모와 상관없이 사업자 참여를 확대해 경쟁을 통한 서비스 품질 제고를 유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최근 다수 대형 공공 SW 사업에서 발생한 품질 문제가 큰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프트웨어진흥법에서 명시한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는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추진,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됐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은 공공 SW 사업 참여가 원칙적으로 제한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은 국가안보, 신기술 분야 사업 등에서 심의를 통해 예외가 인정된 사업에만 참여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이들 기업도 700억원 이상 대형사업에는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SW진흥법 개정을 통해 사업금액 700억원 이상 사업에 대해 예외 심의 없이 상출제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대형사업에서 대‧중견기업 간 경쟁 활성화를 통해 기업규모와 상관없이 최적 사업자를 선정하도록 하고 품질 제고 노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업 진행 중 가중되는 업무에 대해서는 비용을 추가로 산정할 수 있도록 과업 변경 심의 세부 가이드라인도 만들 예정이다. 공공 SW 사업은 과업 변경이 빈번히 발생한다. 하지만 공공기관 등 발주처에서는 처음 계약한 예산만을 고집하면서 결국 소송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기관에 쓴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어 공공 SW 사업에 참여하는 것조차 꺼릴 정도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소송까지 가지 않으면 사업 중간에 부과된 비용은 받지 못해 결국 기업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 공공 SW 사업에서 '영업이익 0원을 만들면 성공'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규제를 완화한다 해도 대기업이 공공 SW 사업에 매력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간에 변경되는 과업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산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대기업이 참여할 만한 매력을 느낄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견해다.

IT 업계 관계자는 "정부 사업은 장관 요구 하나에도 과업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정해진 예산대로만 사업을 마무리 짓기를 원하니 인건비 등 중간에 오른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 부담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 공공성을 고려하더라도 마이너스 수익을 내면서까지 사업에 참여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과업을 마음대로 늘리는 행위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하거나, 늘어난 비용만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정부도 고심하고 있다. 이날 오전 진행된 브리핑에서 강도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현재 공공 SW 시장은 커지거나 매력적이지는 않다"면서도 "설계와 기획 단계에 기업 참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주처와 역량 있는 기업이 함께 논의해 새로운 시장의 역동성을 높이는 단계에서 정책적으로 시장을 키우고 현실화시켜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