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의 모든 것] ①무늬만 있는 '상임위 중심주의'…'소위원회'부터 손봐야

2020-05-18 08:00
국회법상 상임위 소위 '강제 운영' 불가
김태년 "상시국회시스템 도입" 공약

국회에서 운영하는 18개 상임위원회는 '국회의 꽃'이라 불린다. 국회의 고유 권한인 입법과 대(對)정부 견제·감시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어서다.

대한민국 국회는 '상임위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법률안 심의를 상임 위원회를 중심으로 하고 본회의에서는 표결만 하는 의회 운영 방식을 뜻한다. 실질적인 법안 심사가 상임위 단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법안이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면 본회의에서 무난하게 통과된다. 법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는지 여부에 주목하는 이유다.

국회가 상임위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곤 하지만 문제는 상임위가 여야 정쟁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늬만 상임위 중심주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상임위에서 법안을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소위원회'가 상시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상임위 전체회의는 소위에서 심사를 마치고 결정된 사안에 대해 최종 의결하는 역할을 하므로 소위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제의 원인은 현행 국회법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국회법상 소위 활동을 강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법 57조 1항은 "위원회는 소관 사항을 분담·심사하기 위해 상설소위원회를 둘 수 있고, 필요한 경우 특정한 안건의 심사를 위하여 소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명시한다.

국회법 58조 2항은 "상임위원회는 소관 법률안의 심사를 분담하는 둘 이상의 소위원회를 둘 수 있다"라고 명시한다.

법안 심사를 위해 소위를 '둘 수 있다'는 정도에 그칠 뿐 소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해 법적 '강제성'은 없는 것이다. 

이 조항을 두고 15대 국회에서 정보위원회를 제외하고 모든 상임위에 3개 이상의 상설 소위 설치를 의무화했으나 17대 국회에서 운영 여건 등을 고려해 이같이 변경됐다.

따라서 법안을 실질적으로 심사할 소위가 사실상 '선택적'으로 운영되니 입법 절차에서 다음 단계인 상임위 전체회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소위가 일하지 않으면 상임위 전체회의에선 할 일이 없다. 결국 여야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소위와 상임위를 멈춰 세울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온다. 여야가 쟁점 사안을 놓고 싸우더라도 이와 상관없는 법안을 심사·의결하는 상임위와 소위는 상시 운영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첫 원내사령탑에 오른 김태년 원내대표가 경선 당시 '일하는 국회 만들기'를 공약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당시 원내대표 경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국회의 시스템을 일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며 "상시국회시스템을 즉각 도입하겠다. 상임위 중심주의 원칙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희상 국회의장도 상임위별 소관 사항을 분담·심사하는 상설 소위를 2개 이상 설치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임이자 소위원장(가운데) 등 여야 의원들이 '국민 취업제도, 고용보험' 등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