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배터리 단 현대차, 전기 통한 이재용·정의선
2020-05-14 06:36
배터리 동맹 체결하면, 도요타·파나소닉 넘을 수 있어
기술공유 등 정리 필요…2년내 양산 가능
기술공유 등 정리 필요…2년내 양산 가능
재계 '빅2'인 삼성과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협업의 시그널을 보냈다.
◆배터리 동맹 체결하면, 도요타·파나소닉 넘을 수 있어
13일 삼성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경영진 측에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을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일본연구소가 공동개발한, 1회 충전에 800㎞를 주행하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자율주행·전기차 분야에서는 한 개 기업이 혼자서 연구·개발을 다 할 수 없는 만큼 양 사가 협업하기에 시기적으로 적절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삼성과 현대차의 단순 협력을 넘어 협력업체 간에도 협업을 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미래차를 밀고 있는 만큼 제대로 협업을 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실하게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몇 년 전부터 삼성SDI 배터리도 적용할 수 있도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 간에 합의만 이룬다면 2년 내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가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두 기업의 협력이 올바른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술 공유 등에 관한 확실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협력을 하는 과정에서 역할에 대한 뚜렷한 정리를 한다면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잘하지 못하면 갈등이나 또 다른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력 과정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삼성이 전기차 시장에 직접 진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두 기업이 단지 서로의 공급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공유하고 경쟁한다면 국내 전기차 시장 전체를 확대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건희·정몽구 시절 못 이룬 협업 보여줄까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학연 등에서 겹치는 부분은 없지만 국내 대표 기업 3세 경영인으로 평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부회장이 2009년 정 부회장의 모친인 이정화 여사 장례식에도 조문하는 등 두 사람은 좋은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외부행사용 차도 2018년 체어맨에서 EQ900으로 바꿨다. 여느 때보다 삼성과 현대차 간에 관계가 긍정적인 상황이다.
재계 맞수인 삼성과 현대차는 1990년 자동차 산업에 삼성이 뛰어들면서 경쟁 관계가 심화됐다. 경쟁 관계는 1996년 정몽구 회장이 취임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외환 위기 시기에 정부 주도 빅딜을 통해 삼성이 자동차 산업을 접으면서 직접 경쟁은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삼성이 전장용 반도체 등 전장사업 등을 지속하면서 두 그룹 총수가 따로 보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재계 총수 라이벌로 꼽혔던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은 2001년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단독 회동을 한 바 있다. 정 회장이 정주영 명예회장 장례를 도와준 데 대해 재계에 감사함을 표하기 위해서 2001년 3월 30일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이 회장과 회동했다.
당시 삼성 측에서는 "두 회장 간 회동에서 ‘어려워지고 있는 나라 경제를 위해 서로 협력할 분야가 있으면 협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20년이 지난 시점에 그룹의 3세인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코로나 위기에 손을 맞잡았다. 이에 전기차 배터리를 시작으로 차량용 반도체, 전장 부품 분야 등에서 다양한 협업 사례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과거에도 삼성과 현대가 중요한 논의를 했던 적은 없었다. 수출의 날과 같은 정부 기념행사에만 같이했다"며 "코로나19로 한국 경제가 위기인 만큼 기업 간에 협력과 대화 소통을 한다는 면에서 좋은 시그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