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는 외국인, 사들이는 개인·연기금…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

2020-03-11 05:00

코로나19의 확산 우려와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외국인들의 셀(Sell) 코리아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지수 방어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이탈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985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5일 이후 4거래일 연속이다. 매도금액은 3조원에 달한다. 전날에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관련 집계가 이뤄진 1999년 이후 사상 최대인 1조312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국내 시장에서 급속히 이탈했다. 외국인의 집단이탈로 9일 하루 새 코스피는 4.19%가 폭락했고, 지수는 1954.77을 기록하며 작년 8월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는 중국과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감소에도 유럽과 미국으로 질병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원유 감산을 두고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공포심리가 더욱 확대된 탓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이탈에 대해 “시장 내 안전지대가 마땅치 않았던 것이 이유”라고 말했다. 이는 곧 코로나19로 중국과 한국 등 제조업 중심국가들의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과 러시아와 사우디의 갈등으로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 체제 붕괴 우려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신흥시장(EM)에서 엑소더스(대탈출)에 나섰다는 것이다.

다만 외국인들의 집중 매도에도 이날 코스피지수는 8.15포인트(0.42%) 오른 1962.92로 장을 마쳤다. 매도물량을 다른 투자주체가 받아내며 낙폭을 줄인 탓이다. 이날 매도물량은 기관이 6142억원, 개인이 3054억원을 순매수하며 받아냈다. 특히 증권사를 필두로 금융투자업계가 5057억원을 사들이며 상당수 매도물량을 흡수했다. 연기금의 행보도 눈에 띈다. 연기금은 이날까지 5거래일 누적 9566억원을 순매수하며 하락장 방어에 나섰다.

현재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외국인들의 투매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장 큰 원인은 불확실성”이라며 “우리가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들은 대부분 패시브 자금들로, 이런 자금들은 자산배분의 결과로 움직이는 것이 크다”며 “결국 매도에서 매수로 돌아서려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산배분 방향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자산배분의 중심축인 미국 시장의 안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다만 매도 규모가 현 수준에서 더 크게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매도 규모가 8조원 정도 됐는데 이 정도면 단기적으로 빠질 자금은 이미 다 빠졌다”면서 “다만 우리나라는 확진자 수가 감소세지만 미국, 유럽은 이제 시작이다. 최소한 한두달은 더 봐야 하고 결국 적어도 이달까진 불확실성과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경우 최근 주가 상승폭이 커 그만큼 낙폭도 크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주가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며 “현재의 주가 급락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들의 매도 행렬도 미국 정부의 양적완화가 본격화될 경우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돼 낙관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료=한국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