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발 '4.3조 폭탄' 주의보

2020-03-09 05: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스닥 상장법인이 4조3000억원 넘게 발행한 전환사채가 매물출회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 주도로 나온 코스닥벤처펀드가 CB 발행을 늘린 영향이 컸다. CB 전환권을 당장 행사할 가능성이 큰 회사가 적지 않아 눈여겨봐야겠다.

◆93개 CB 주가가 전환가 웃돌아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이 발행한 미전환 CB는 2월 말 기준 283건을 기록하고 있다. 액수로는 4조3248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주가가 전환가를 웃돌아 전환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 CB는 93개(약 33%)로 집계됐다. 발행 규모는 1조1342억원에 달했다.
 
코스닥 상장법인이 발행하는 전환사채는 2018년 4월 코스닥벤처펀드를 내놓으면서 부쩍 늘었다. 정부는 코스닥벤처펀드 자산 가운데 15%를 CB처럼 주식·채권 성격을 함께 지닌 메자닌 자산에 투자하게 했다. 여기에 세제 혜택까지 더해 유인을 늘렸다.
 
이런 영향으로 코스닥 CB 발행 건수는 2018년 말 기준 전년 대비 12%가량 불어난 324건에 달했다. 발행액도 4조원으로 20% 넘게 늘었다.
 
이듬해에는 후유증이 나타났다. CB 발행 건수가 120건, 발행 규모는 1조 6879억원으로 2018년보다 도리어 줄었다. 코스닥벤처펀드가 2018년 일찌감치 필요한 CB를 사들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주식시장 침체로 코스닥벤처펀드 수익률도 곤두박질쳤다.
 
◆속속 돌아오는 전환청구 개시일
 
코스닥 상장법인이 발행한 CB 전환청구 개시일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 대개 CB 청구권 행사는 발행일 1년 후부터 2년 동안 가능하다.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주가가 전환가보다 높을 때다. 높을수록 이익도 비례해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곧 오버행(대량 유통 대기 물량) 이슈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주가가 전환가를 웃돌아 청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 종목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구체적인 종목으로는 국일제지와 케이엠더블유, 줌인터넷,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지니틱스, 젬백스, KH바텍이 여기에 속한다. 인텔리안테크와 에이스테크, 상상인인더스트리, 써니전자, 네오테크, 코디(거래정지)도 마찬가지다. 이런 종목 주가(6일 종가)는 공통적으로 전환가를 2배 넘게 웃돌고 있다.
 
주가가 전환가보다 50% 이상 높은 곳도 적지 않다. 아이엘사이언스와 SDN, SDN, 피엔티, 디이엔티, 애니플러스, 자비스, 필옵틱스, 하나마이크론, 우리들휴브레인, 한양디지텍, 영우디에스피, 에이치엘비, 윈팩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가가 전환가를 만기일까지 밑도는 기업도 있다. CB를 발행한 기업은 채권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단, 이런 경우에도 주식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회사가 유보자금으로 CB를 상환하는 대신 차환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서다. 주가가 전환가를 밑돌았던 기업이라 기존 CB보다 많은 전환권을 부여해야 차환발행이 가능해 매물출회 부담이 더 커진다.
 
이 때문에 CB 만기일이 다가와 빚을 갚거나 차환발행해야 하는 곳 역시 주의깊게 봐야 한다. 만기일이 가장 가까운 미전환 CB를 발행한 회사는 코스온이다. CB 만기일은 오는 13일로, 6일 종가(5860원)는 전환가(8091원)보다 28% 가까이 낮았다. 안트로젠과 플루스바이오팜, 나노메딕스, 서진오토모티브, 아리온은 오는 6월부터 내년 2월 사이 만기를 맞는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사모펀드 사태로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이후 나온 CB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생겼다"며 "주가가 전환가보다 현저하게 높아 전환청구권 행사 가능성이 크거나 만기일이 다가와 상환 또는 차환발행해야 할 종목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