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김여정 비난 담화’ 다음날 ‘위로 친서’ 보낸 김정은

2020-03-05 18:19
靑, 남북 간 친서 교환 사실 깜짝 공개…정치권 파장

북한의 연일 계속되는 돌출 행보로 국내 정치권과 관련 정부 부처에 파장이 일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원색적인 비난 담화에 이어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면서다.

청와대는 5일 김 위원장의 친서 회신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어제(4일)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왔다”면서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곧바로 답신을 보냈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관련기사 6면>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친서를 보낸 시점은 김 부부장이 청와대를 상대로 담화를 발표한 다음 날이다. 하루 사이에 ‘냉탕’과 ‘온탕’을 오간 셈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형적인 ‘강온 양면 전술’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청와대와 외교·통일부 등 주무 부처는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껴 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담화 등) 발표에 대해서는 전체 상황에서 맥락을 보고 판단한다”면서 “언론에서 분석하는 것과 저희들이 분석하는 것이 다를 수 있고, 북한과 소통 채널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이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면서 “남녘 동포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는 언급도 했다고 전했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다”고도 했다.

이어 “코로나19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김 위원장은 특히 친서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을 밝혔다”고 공개했다.

다만 청와대 측은 남북 정상의 구체적인 친서 내용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밝히는 것은 외교상 맞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보건 분야 협력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나머지는 별도의 채널에서 따로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남북 보건 분야 협력을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는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이를 공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 논란이 거세지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친서 교환 사실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야권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는 친서의 교환 사실만 공개하고 내용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면서 “청와대 입장에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김 부부장의 담화로 어려워진 대내외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에 대한 평가에 대해 “지금 계속 평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서로 간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그 일환에서 이런 친서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30일 모친상을 당한 문 대통령 앞으로 친서 형식의 조의문을 보냈고, 문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