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원기 aT 화훼사업센터장 “코로나19, 꽃 내음에 물러가...SNS 비대면 꽃 주문 인기”

2020-03-01 10:54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 기피...비대면 ‘SNS 꽃 주문 배달’로 돌파구
편의점 꽃 판매, ‘과다 경쟁’보다 ‘소비 확산’ 일조

“전염병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 눈에 꽃이 들어오겠어요. 평상시에도 꽃은 사치라는 인식이 강하잖아요. 제 돈 주고 꽃 샀다는 사람 없듯 내 돈 주고 사기는 아깝고 남한테 받으면 좋고. 이번 사태가 꽃에 감정적 가치를 두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꽃이 주는 힐링, 주고받는 기쁨에 기꺼이 소비하는, 그런 꽃 소비 생활화로 인식이 개선되길 바랍니다.”

예상과 달리 이원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사업센터장으로부터 긍정적 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졸업·입학식을 포함한 각종 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돼 꽃다발, 화분 등 화훼 소비가 급감했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져 나왔다. aT 화훼사업센터 거래 물량도 덩달아 감소해 화훼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원기 aT 화훼사업센터장은 화훼 업체나 농가가 3~5월 행사가 많을 때 수익을 바짝 끌어올리는 판매 전략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기 aT 화훼사업센터장[사진=aT 화훼사업센터]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 기피...비대면 ‘SNS 꽃 주문 배달’로 돌파구

1일 서울 양재동 aT 화훼사업센터에 들어서 얼굴을 뒤덮었던 마스크를 벗었다. 순간 진한 꽃 내음이 확 몰려왔다. 온몸에 붙어 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 씻겨진 기분이었다.

꽃과 함께 근무하는 환경이라 그런가, 최근 화훼 상황이 녹록지 않아 어두울 것이란 예상은 향긋한 미소로 맞이하는 이원기 센터장의 모습에서 빗나갔다.

이 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를 언급하기 전에 최근 사람들의 꽃 소비 성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실제 국내 꽃 소비 특징은 10년 전만 해도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행사 소비가 대부분이었지만 점차 소량이지만 개인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품종의 꽃 구매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꽃 소비 형태도 동네 꽃집에서만 판매되는 것이 최근 들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등을 통한 구매가 많아지는 등 시장 구조나 소비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두들 어렵다고 할 때 aT 화훼사업센터는 제철을 맞은 프리지아와 튤립으로 꾸민 꽃다발의 SNS 배달로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센터 내 양재꽃시장에서 만난 조현정 플로리스트는 “SNS에 올려둔 샘플 사진을 본 후 다양한 맞춤형 꽃다발을 주문하는 고객들이 최근 늘었다”며 “주문에 맞춰 일일이 제작해야 해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고객 만족도 면에서는 최고”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도 “지금까지 화훼 소비는 경조사용이 85%를 차지할 정도로 행사 중심의 꽃 소비가 주를 이뤘다”며 “최근에는 개인 취향에 맞게 꽃다발, 화분 크기도 작아지고, 1만~2만원 가성비 높은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꽃 판매, ‘과다 경쟁’보다 ‘소비 확산’ 일조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최근 화훼 산업은 편의점, 온라인 판매 등을 통해 수익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는 게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편의점 꽃 판매가 주변 꽃집과의 과다 경쟁으로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 이 센터장은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새로운 꽃 소비 창출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편의점이나 온라인 판매는 꽃 재구매율을 높여 화훼 농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상생활 속 꽃 소비 붐을 가져올 수 있고, 인근 화원 등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대책도 함께 마련한다면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훼 산업이 편의점, 온라인 등으로 판로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후 꽃 가격이 하락해도 소비가 늘지 않아 다시 가격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사업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절화류(꺾은 꽃) 경매 금액은 총 1억5300여만원으로 전년(3억4500만원) 대비 세배가량 감소했다. 한 속당 평균 단가도 2056원으로 전년(2648원)보다 600원가량 떨어졌다. 특히 경매 물량으로 보면 7만4418속으로 지난해 13만336개에 비해 두배 가까이 감소했다.

이 센터장은 “화훼 생산을 위한 인건비와 난방비, 시설유지비 등 고정비용은 계속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소비 위축으로 출하 물량 감소, 가격 하락으로 수익이 급감해 농가 소득에 직접적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상황을 극복하려면 ‘꽃 소비 생활화’ 전략으로 소비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꽃 교육, 원예치료 프로그램 등 꽃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이 그중 하나다.

이 센터장은 “센터 내 화훼공판장을 '꽃문화 복합공간(F square)'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했다”며 “지하 꽃문화 체험관에서는 어린이 꽃체험 일일 학급을 운영하고, 경매가 없는 주말에는 경매장에 벼룩시장을 열어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발달장애인 화훼기능대회를 여는 등 지자체와 연계해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원예치료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원기 aT 화훼사업센터장[사진=aT 화훼사업센터]

▲이원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사업센터장

△1968년 경남 산청군 출생 △경희대 경영대학원 석사 △aT 수출전략처 수출기획팀장 △aT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사장 △aT 수출사업처 농산수출부장 △aT 수출사업처 수출농가지원부장 △2019년 1월부터 aT 유통본부 화훼사업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