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홍문표 aT 사장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농촌 희망 없어"

2024-09-03 17:00
농촌 인구 절반 65세 넘은 세태 직격 비판
유통 단계 줄여야 가격 떨어지고 산업 발전한다고 주장
식량 주권 확보·식품 수출 확대 필요성 강조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현재 대한민국 먹거리를 생산하는 주체가 (지금 상태의) 농촌이라면, 그곳에는 희망이 없다."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3일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던진 경고다. 홍 사장은 "현재 농촌이 어렵다 보니 농사지을 인력이 없다"며 "그나마도 나이가 너무 많거나 아프고 병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농어촌 고령화 심화에 대한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홍 사장은 충남 홍성군·예산군에서 17·19·20·21대 국회의원을 지낸 4선 의원 출신이다. 이 중 14년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지난 2008∼2011년에는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역임한 농업 분야 전문가다. 

홍 사장의 말처럼 지난해 우리나라 농민의 절반 이상이 65세를 넘은 노인이다. 통계청의 '2023년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고령 농가 인구 비율은 전년 대비 2.8%포인트 증가한 52.6%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우리나라 전체 고령 인구 비율(18.2%)과 비교하면 농가 고령화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홍 사장은 농촌이 발전해야 복지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 국가로 불리는 네덜란드와 덴마크, 스위스 등은 모두 농촌이 잘산다"며 "우리나라가 복지 국가로 가려면 농어민이 잘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도 사람 사는 곳이고 문화 소득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며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홍 사장은 농업·농촌이 마주한 또 다른 위기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그는 "기후변화는 농어민이 게을러서 오는 게 아니다. 사회와 국가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귀를 막고 있는데 공청회 등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홍 사장이 제시한 대표적인 해결책이 스마트팜이다. 그는 "겨울에도 수박, 오이가 생산되는 사계절 스마트팜을 조성해야 한다"며 "돈이 많이 들어가지만 국가가 중장기 계획을 세운다면 우리나라 농업의 80%는 스마트팜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작황 부진에 따른 농산물 수급 불안이 매년 반복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가 소득을 줄이고 소비자 부담을 키우는 농업 유통 구조에 대한 개혁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지금 유통이 5~6단계로 이뤄지는데 2~3단계로 줄여야 한다"며 "'구조조정' 개혁을 통해 단계를 축소하지 않으면 생산자가 제값을 받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온라인 도매시장을 개척하고 가락시장 내 수산물 판매도 시작했는데 이를 전국 단위로 활성화해야 한다"며 현재의 정부 정책보다 더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 사장은 식량 주권 확보와 식품 수출 확대에도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식량은 무기"라고 비유하며 "대한민국은 쌀만 98% 생산하고 나머지 콩, 밀 등은 다 합쳐야 19.2% 밖에 안 된다. 재난, 전쟁이 발생하면 쌀만 가지고 대비할 수 없다"며 "세계는 밀, 콩 옥수수 등 5곡을 주요 식량으로 하고 있다. 우리도 그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 수출 확대는 '식품 영토 확장'으로 표현했다. 그는 "김밥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보다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농업·농촌 자원을 육성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때 대한민국도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