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점입가경] 남매전쟁 따라 춤추는 주가

2020-02-24 08: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대한항공의 모회사이자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한진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73%(1350원) 오른 5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주가가 5만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일 장중에는 주가가 5만3700원까지 치솟으며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한진칼 주가의 급등은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이유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과 함께 ‘한진칼 주주연합’(이하 주주연합)을 구성했다. 이에 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지를 얻어냈다.

통상 경영권 분쟁 이슈는 주가상승 재료로 인식된다. 지난해 4월 4일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12.68%이던 보유 지분율을 13.47%로 높일 예정이라고 공시한 뒤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지난해 11월부터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며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조 회장 일가 관련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 가치를 올려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후 4월 12일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강세를 보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한 것이 이유였다.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분 상속 과정에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들이 배당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양측 지분율은 30%대로 차이가 크지 않다. 이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

실제 주주연합은 지난 20일 지분공시를 통해 한진칼 주식 약 297만2217주(5.02%)를 추가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로 알려진 미국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1%를 추가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는 3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어느 한편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향후 한진칼의 지분경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KCGI측이 승리할 경우 경영효율화를 위한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진단 후 비핵심 사업부문 및 자산에 대한 매각에 나설 가능성 있다”면서 “한진칼은 지분경쟁 이슈로, 대한항공과 한진은 비핵심 자산 매각 혹은 사업부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 가능성 높다”고 덧붙였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