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수집이 취미?… MBK파트너스, 인수 기업마다 파트너십 부실

2024-09-25 06:00
사후 관리 취약·대규모 적자 기록
보폭 넓히며 기간산업 악영향 우려

[그래픽=임이슬 기자]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며 '쩐의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에도 기업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간 경영권을 둔 신경전은 자주 발생했다. 문제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회사에 대한 사후 관리가 취약했고 기간산업의 경우 공동화, 부실화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에 앞서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그룹), 롯데카드, 홈플러스 등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인 적이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 한국타이어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를 추진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를 위해 18억 달러 규모의 스페셜 시추에이션스 2호펀드 등을 동원해 625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당시 2대주주였던 조현식 고문 등과 손잡았지만 투입금액도 적고 명분도 부족해 실패했다.
 
고려아연의 경우 자금과 명분을 모두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80억 달러 규모로 조성 중인 6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 등 2조1000억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최대주주인 영풍과 연합을 맺어 명분도 챙겼다. 

MBK파트너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명백한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며 “장씨(영풍 측)와 최씨(최윤범 회장 측) 일가의 지분 격차만 보더라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M&A는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명분에 실리까지 챙겼다지만 MBK파트너스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다. 인수한 회사들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우리은행 컨소시엄과 함께 롯데카드 지분 59.83%를 1조3810억원에 사들여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외형확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키워 재매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올 상반기 실적개선에 성공한 반면 롯데카드는 무리한 외형확장 탓에 전년동기 대비 79.5% 급감한 62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뒷걸음질쳤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의 최대주주로 오른 후 이례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뛰어드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며 “경기침체와 부동산 업황 악화로 자산건전성이 훼손되면서 기업가치는 오히려 역행했는데 엑시트에 초점을 맞춘 경영전략이 독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인수의 경우 2015년 당시 7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빅딜이었다. 인수 첫해에는 홈플러스 창사 이래 첫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며,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1335억원, 2602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자산 매각, 불안정한 고용 시스템에 대한 비난도 일고 있다. 내년 인수 10주년을 앞둔 MBK파트너스는 잇단 잡음에도 홈플러스 재매각을 추진 중이다.
 
사모펀드들이 기업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보유 지분을 활용해 실리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연합을 구축해 40.4%의 지분을 확보해 조원태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한진칼 경영권 취득에는 실패했지만 KCGI는 약 3600억원을 들여 취득한 한진칼 지분을 호반건설에 약 5640억원 재매각하며 2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시작할 때는 행동주의였지만 끝낼 때는 시세 차익만 누렸다는 비난이 나온다. 
 
사모펀드의 투자범위가 넓어지면서 기간산업의 부실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기술유출과 국부유출 논란 등 기간산업을 사모펀드에 맡긴다는 것에 대해 아직까지 부정적 견해가 짙다.
 
고려아연 역시 아연 등 산업에 쓰이는 기초소재를 만드는 기간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MBK 측도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고용과 투자를 중단없이 추진하고 기존 협력업체 및 고객사와의 관계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