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찰은 원래 원칙없어…법대로 하면 블랙리스트 올리는 곳"

2020-01-10 17:15
SNS 통해 저격글... "인사원칙이 없으니 어길 원칙도 없어. 무죄판결도 그 때문"

"검찰은 원래 인사원칙이 없다. 원칙이 없으니 어길 수도 없다"
"검찰은 원래 법대로 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곳이다"

임은정 부장검사가 다시 한번 검찰 수뇌부를 저격했다. 임 부장검사는 9일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검찰조직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쏟아 냈다.   

9일 대법원이 안태근 전 감사장의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자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과거) 안태근의 1심 재판을 지켜보며 상당수 검사들은 무죄판결을 예상했었다"며 "검찰은 사실상 인사원칙이 없어 없는 원칙을 어길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임 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은 원래 인사 기준이 없어 잘못된 수사와 기소로 물의를 야기해도 시키는 대로 한 충성심은 인사로 보답받았다"며 "저처럼 법대로 무죄를 무죄라고 말하면, 위법한 지시라서 따를 수 없었던 것임에도 항명 검사가 되어 블랙리스트에 올라 속칭 유배지 전전하며 집중 감시당하는 걸 내부 구성원 모두 오랜 세월 보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태근의 성추행 사실을 당시 감찰담당관실에서 알고도 잘나가는 안태근에게 누가 되고, 자신들에게 후환이 될까 싶어 인사자료 세평에 성추행을 감히 입력하지 못하는 현 세평수집 시스템에서 공정한 인사자료가 축척되었을 리 없다"며 "성추행, 스폰서 검사 등 부적격자들의 승진에 거칠 것이 없었다"고 그간의 검찰 내부 인사 관행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임 검사는 "검사들의 예상과 달리 1심, 2심 재판부에서 연이어 유죄판결이 나자 주먹구구식 검찰 인사 시스템을 도저히 납득하지 못한 재판부의 상식적인 판단인가 싶어 민망하면서도 부조리한 현실에 젖어 문제의식도 없었구나 하는 반성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대법 판결에 대해서는 "인사권자의 보조자에 불과한 실무담당자의 재량권을 너무도 폭넓게 인정한 대법원 판결문을 접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말했다.

게재 글 말미에서는 조선일보 기사 '"서지현 검사 좌천, 내 인사 민원 유탄 맞은 것" 안태근 구명 나선 법무연수원장'를 공유하며 박균택 법무연수원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는 박 원장이 지난해 대법원에 안 전 검사장의 구명을 요청하는 진술서를 제출했다는 내용이다.

임 검사는 "박 고검장은 서 검사 미투 당시, 그 인사 적정성에 대해 법무부 자체 조사를 담당했던 법무부 검찰국 국장이었다"며 "안태근의 직권남용 수사와 1심, 2심 재판 때까지 2년여 간 침묵을 지키다가 사표를 결심한 후 뒤늦게 그런 진술서를 낸 모양인데 검사로서나, 인간으로서 너무도 어이없는 처신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 검사는 "검찰개혁이 20년은 더 걸린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다"며 "이런 사람들 물갈이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직업공무원 제도 하에서 부득이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라도 더 빨리 검찰이 바로 서도록 안에서 더욱 노력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죄송하다"는 사과로 글을 마쳤다.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