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예술가들의 집이란 파리 말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이다. 파리는 하나의 도시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 파리는 낭만과 자유의 상징이며, 패션과 혁명의 역사, 사랑, 예술과 철학, 음식이 있는 곳이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매그넘 인 파리> 전시회는 40명의 매그넘 포토스 소속 사진작가들의 작품, 영상 자료, 일러스트, 고서 및 지도를 포함한 420점의 전시품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품들을 통해 파리의 다양한 얼굴을 살펴보자.
혁명의 깃발이 무수히 들린 곳, 파리의 모습을 소개한다. 사진은 브뤼노 바르베의 작품이다. 1968년 소르본대학에서 시작된 교육제도 개혁을 위한 학생들의 시위를 카메라에 담았으며, 흔들린 모습이 현장감을 부여하는 작품이다.
소르본대학교는 당시 유럽 최고의 신학교로, 저명한 엘리트들을 다수 배출했다.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 소설가 빅토르 위고, 과학자 파스퇴르와 피에르 퀴리가 이곳 학교의 졸업생들이다.
파리의 매력적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에게는 파리지앵이 아닌 또 다른 별칭이 있었다. 시인 겸 미술 비평가 샤를 보들레르는 파리의 풍경과 도시를 관찰하는 도시인들은 '블라뇌르(산책하는 사람들)' 이라고 일컬었다.
위 사진은 매그넘 포토스 작가 중 91세로 최고령 작가인 엘리엇 어윗의 작품으로서 플라뇌르의 시선으로 바라본 에펠탑이 보인다. 에펠탑은 누군가에게는 혐오의 대상이었고, 누군가에게는 파리의 아름다운 상징으로 여겨지는 오묘한 건축물이다. 에펠탑은 건설 계획 단계부터 지성인들과 예술가들로부터 많은 저항을 받은 건축물이다.
도시 어디에 있든 보여 사람들은 에펠탑이 '어디에서나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있든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에펠탑을 혐오했던 문학계의 거장 기 드 모파상은 에펠탑을 보지 않기 위해 에펠탑 안에 있는 식당에서 자주 식사를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패션을 주제로 하는 섹션에서 매그넘 포토스의 작가들이 보여준 파리의 패션은 뻔하지 않았다. 그들은 패션을 만들고 소비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여러 명의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모여 있는 패션 섹션에서는 고급 맞춤복이라는 의미의 '오르쿠튀르'를 입고 패션쇼에 나가는 모델들의 모습부터 패션쇼 무대의 뒷모습까지를 렌즈를 통해 볼 수 있다.
19세기 오르쿠튀르가 등장하면서 오르쿠튀르 매장을 의미하는 '하우스' 또한 파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우스는 여러 층으로 된 저택에 공장과 매장을 결합한 형태를 갖고 있다. 오늘날 명품 패션 브랜드 매장도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지칭한다.
파리지앵과 플라뇌르가 저마다의 오르쿠튀르를 입고 문화를 즐기는 도시, 파리를 영리한 매그넘 사진작가들의 시선으로 느낄 수 있는 <매그넘 인 파리>는 내년 2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12기 맹호 기자(아주경제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