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항마'로 입지를 굳히는 분위기다. 워런 의원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내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밀어내고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도 워런 의원을 내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맞붙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월가에선 민주당내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워런 의원의 핵심 공약들이 '시장 친화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워런 의원의 부상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밀어낸 워런..계속 1위 지켜

블룸버그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공개된 에버코어ISI 설문조사에서 투자자들 70%는 워런 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루 앞서 공개된 미국 퀴니피액대 조사에서도 워런 의원은 지지율 30%를 얻으면서 27%에 머문 바이든 전 부통령을 따돌렸다.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워런 의원은 세 번 연속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제쳤다.

지난 9월 워런 의원은 전국 단위 여론조사의 종합결과에서 평균 지지율 26.6%로 민주당 내에서 처음 1위로 올라섰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6.4%를 얻었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4.6%로 그 뒤를 따랐다.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지만 워런 후보는 지난달 21일 아이오와주 여론조사 결과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선 뒤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워런 의원의 대세론을 반영하듯, 15일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4차 TV토론회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워런 의원을 집중적으로 견제했다. 애덤 젠틀슨 민주당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후보들은 워런 의원을 공격함으로써 워런 의원을 선두주자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분석했다.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인 워런 의원은 '대중과 동떨어진 엘리트' 이미지를 버리고 '시골 흙수저'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란 개인사를 부각시키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엮여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버니 샌더스 후보의 건강문제가 제기된 것도 워런 의원에겐 호재가 됐다. 

◆"워런,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해로워"

그러나 워런 의원의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정책'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워런 의원의 대통령 당선 여부를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실리콘밸리와 월가는 워런 의원의 선전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고 외신은 전했다. 

CNN에 따르면 최근 RBC캐피탈마켓의 설문조사에서 투자자들은 바이든의 추락과 워런의 부상에 불안감을 표시했다. 로리 캘바시나 RBC캐피털마켓 미국 주식전략 대표는 "투자자들은 워런보다 바이든이 증시에 우호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워런은 가장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후보로 간주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워런 의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월가 개혁을 위해 만든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특보를 지내며 '월가의 저승사자'로 통했다. 최근 그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미국 기술공룡의 해체와 월가 개혁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워런 의원은 또 엄격한 규제를 통한 산업계 개혁과, 법인세 인하 철회, 고소득층에 대한 부유세를 옹호하고 있다. 전 국민에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도 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알려진 레온 쿠퍼맨은 이 같은 워런의 공약을 "사회주의적인 정책"이라고 표현하면서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해롭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자산운용회사 글루스킨셰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주간지 배런스 인터뷰를 통해 "투자자들은 무역과 중국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1호 이슈는 워런 의원의 백악관 입성 가능성이 대두되고 상원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인지 모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