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계엄 카드 만지작...주말 집회 ‘홍콩 사태’ 분수령

2019-08-29 10:36
소식통 "시위 주최 측 집회 신청 거부 통보 받을 것"

홍콩에서 13주째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 당국이 주말 시위를 금지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주말이 홍콩 사태의 새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1일 예정된 대규모 주말 집회와 시위가 법적으로 금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29일 보도했다. 시위가 갈수록 폭력 양상을 보이자 홍콩 당국이 도시 안전 확보를 위해 주말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전선은 집회 신청이 거부됐다는 통보를 받을 것"이라면서 "지난 주말 시위대가 휘발유 폭탄을 사용한 것이 매우 위험했다는 경찰의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25일 밤 8시쯤 츤완 사추이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격렬한 충돌이 일어났다. 시위대가 각목 등으로 경찰을 공격하자 일부 경찰들이 권총을 꺼내 경고 사격을 했다. 일부 시위대는 휘발유를 넣은 폭탄 6개를 경찰을 향해 던지면서 양측의 충돌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았다.
 

홍콩 경찰이 25일 홍콩에서 벌어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SCMP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정부가 주말 시위를 금지할 경우 혼란이 더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시위 진압을 위해 계엄령에 준하는 '긴급법' 발동을 검토하고 있어 충돌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람 장관은 지난 27일 관련 질문을 받고 "정부는 폭력과 혼란을 멈출 수 있는 법적 수단을 제공하는 홍콩의 모든 법규를 검토할 책임이 있다"며 긴급법 발동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긴급법은 홍콩이 영국 통치를 받던 1922년 제정된 법이다. 홍콩이 위기에 빠지거나 공공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 행정장관이 입법회의 비준을 거치지 않고 발동할 수 있다. 긴급법을 발동하면 행정장관이 개인에 대한 체포·구금, 출판물에 대한 검열, 항만 등 주요 시설 통제 등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홍콩 역사상 긴급법 발동은 ‘67폭동’이라 불리는 1967년 있었던 대규모 반영(反英) 시위 사태 때 단 한 번 있었다. 당시 영국령이었던 홍콩의 한 공장 직원들의 파업으로 시작된 시위는 공산주의 세력이 끼어들며 자살 폭탄 테러까지 자행되는 대규모 소요 사태로 번졌다.

홍콩 정부에서 긴급법이라는 초강수가 거론되는 건 신중국 수립 70주년인 10월 1일 이전에 시위를 진압해야 한다는 부담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인권전선은 토요일인 오는 31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이날은 중국 정부가 홍콩 행정장관의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시위 양상에 따라 홍콩 시위가 새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