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해빙기일까 빙하기일까..과거 수준 복귀 가능성은?
2021-01-25 08:00
참좋은여행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11월, 해외여행 상품 선 예약 판매에 물꼬를 텄다. 다수 여행사가 무급휴직이나 희망퇴직 등을 단행하며 고정비 줄이기에 안간힘을 썼지만, 참좋은여행은 기존 필수인력과 국내여행 담당 인력 50명에 더해 지역(국가)별 부서 영업팀장과 차석(선임 사원) 30여명을 출근하도록 지시했다.
예약은 폭발적이었다. 10여개월 간 개점 휴업 상태였던 사무실에는 예약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쳤고, 상품을 판매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6000건 예약을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여행사들은 해외여행상품 선 예약 판매에 박차를 가했고, 역시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어 억눌린 여행수요가 몰린 곳은 다름 아닌 인터파크투어. 지난 22일 밤 11시 30분 부터 70분간 롯데홈쇼핑 여행상품 판매 방송에 나선 인터파크투어는 베트남 노보텔 3박 숙박 상품을 20만원대라는 파격가에 선보였고, 15억의 매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 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최근 '주례 여행행태 및 계획조사(매주 500명/연간 2만6000명)'를 통해 여행 소비자를 대상으로 해외 여행지별 관심도를 분석한 결과,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도가 지난해 7월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증가세가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해외여행 선판매에 큰 관심을 보일 정도로 억눌린 수요가 폭발하는 듯 보이지만, 코로나19에 경제가 무너지며 과거 이전의 여행심리를 회복하는 것은 어렵다는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관심도 19%에 불과···2016년의 절반 수준
지난 2016년 이후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여행 관심도는 동남아시아·일본 등 근거리 여행지의 인기에 힘입어 낙관적 전망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2019년부터 냉각됐다. 일본과 갈등을 둘러싼 노 재팬 열풍, 그리고 홍콩시위 등의 대외적 요인이 컸다. 그 결과 해외여행 관심도는 전년대비 4%p 하락한 32%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에는 관심도가 더 떨어졌다. 19%에 그친 것이다. 이는 2016년의 37%에서 거의 절반으로 떨어진 수치다.
남태평양과 유럽에 대한 관심도는 2019년까지 매년 50% 수준을 기록,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로 손꼽혀왔다. 하지만 이들 여행지에 대한 관심도는 지난해 각각 33%와 29%로 뚝 떨어졌다.
유럽지역 코로나 대규모 확산은 1~2%p 수준이었던 두 지역의 격차를 4%p까지 벌렸다.
확진자 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과 캐나다의 관심도는 전년에 비해 17%p 하락한 24%를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아시아권 여행지는 2016년 이후 다이나믹한 변화가 관찰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중국은 2017년 사드 갈등이, 일본은 2019년 노재팬 열풍이, 역시 같은 해 홍콩/마카오는 시위사태 여파로 관심도가 급락했다.
동남아시아는 인근 지역 약세에 따른 반사효과와 항공 증편에 힘입어 아시아 최고 여행 관심지역으로 부상했으나, 코로나로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노재팬 효과 약해졌나? 일본, 연초 대비 유일하게 관심도 증가
그러나 해외여행에 대한 국민 관심도는 7월에 최저점을 기록한 후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 소식이 해외여행 관심도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발 첫 백신 접종이 시작된 12월 관심도는 평균 19%로, 7월 대비 6%p나 올랐다.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치기 직전인 1월과 가장 최근인 12월을 비교해 보면 지역 내 코로나 확산 상황에 따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12월 청정·휴양 여행지인 남태평양 관심도는 1월에 비해 13%p 감소했지만,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유럽과 미국/캐나다는 각각 19%p, 16%p 감소해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홍콩/마카오는 방역체계 구축, 트래블버블 논의 등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에 근접했으며, 일본은 노재팬 운동이 한풀 꺾인 듯 유일하게 1월 대비 관심도가 높아졌다.
◆단기간-근거리-휴식 위주 여행 트렌드 따라갈 듯
이처럼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늘고 있지만,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일반화되더라도 실제 여행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코로나19에 무너진 경제상황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소비자들은 경기 악화를 체감하며 모든 지출 중 여행비 지출을 최우선으로 억제해 왔다.
컨슈머인사이트 체감경제조사에 따르면, 소비지출 전망 지수는 12월 평균 79.2로 1월보다 11.4점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여행비 지출전망지수는 같은 기간 51.8로, 32.6점이나 감소했다. 50수준의 지수는 사실상 여행비를 늘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나 가능한 점수라고 컨슈머인사이트 측은 설명했다.
해외여행의 재개는 백신의 보급과 연관이 있다. 백신을 맞은 사람만이 백신 투약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국가를 갈 수 있게 되고, 그 이후는 여행지 선호에 따른 선택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해외여행이 재개돼도 유럽이나 남태평양 대신 가까운 곳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홍콩, 일본처럼 정치적인 갈등이 있는 곳보다는 동남아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단기간-근거리-휴식 위주의 국내 여행 트렌드를 닮아가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같은 이유로 해외 대신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짙다. 코로나19 해소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국내 여행 활성화 요건을 만들어 준다면 여행산업 내수 증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