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화 칼럼] 2021년 중국 양회가 남긴 것

2021-03-24 06:00

[안유화 원장]

중국의 양회(兩會)가 지난 11일 폐막되었다. 양회란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이라고 불리며 국가 최고 정책자문기구)와 전국인민대표대회(약칭 전인대, 우리나라의 국회격)를 지칭하는 것으로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 이벤트이다. 양회에서는 당해 연도 경제성장률 목표와 추진 정책을 대외에 공표한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6% 이상'으로 제시 ..안정에 방점

올해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중국정부의 GDP 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할지 여부였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5월말에야 뒤늦게 개최된 양회는 결국 당해 GDP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한해 중국은 세계 주요국가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달성한 국가로서 2.3% 성장을 이뤄냈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해 세계은행은 7.9%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중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작년 2분기 이후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작년의 기저효과를 감안해서 추정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는 정부업무공작보고에서 경제성장률 목표를 6% 이상으로 제시하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1월과 2월에 열린 지방양회에서 중국 31개 성시에서 제시한 경제성장률 목표는 평균 7% 이상이었지만 정작 중앙정부에서 6% 이상으로 제시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였고, 급기야 시장에서는 중국의 정책이 앞으로 더 긴축으로 갈 것이 아니냐는 우려심이 확산되었고 중국 주식시장도 하락세를 연출하였다. 기자회견에서 리 총리는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였는데 우선 6%는 마지노선 설정으로 결코 낮은 성장률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현재 중국 GDP는 101조 위안으로 6% 성장만 기록해도 6조 위안(약 1조 달러)에 이른다. 이는 스위스와 네덜란드 GDP 규모를 뛰어넘어 멕시코 GDP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또한 리 총리는 6%는 계획이 아니라 경제발전의 방향성 지표로서 올해 너무 높은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하면 내년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게 될 경우 큰 기복이 초래되어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될 수 있기 때문에 올해 '6%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하였다. 아울러 리 총리는 “우리는 계획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망치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경제 회복의 성장 기반을 다지고 질적 발전을 추진해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바란다”면서 “한때 빨리 간다고 해서 반드시 안정적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안정적으로 가야만 힘 있게 갈 수 있다. 우리는 거대한 경제체인 중국의 경제가 안정적으로 멀리 가고 장기적으로 좋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하였다.

과학기술 역량 강화로 중·미 기술패권전쟁 대응

중국과 미국 충돌의 핵심은 결국 기술패권싸움이다. 중국은 화성에도 탐사선을 보내는 국가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항공기술을 보유한 국가이다. 그리고 4차산업분야, 특히 인공지능 등 영역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보다 2배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5G에서 중국 화웨이가 50% 넘는 특허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발전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주의기술연맹전선을 구성하여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에 대한 기술수출을 저지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의 견제로 화웨이의 5G 스마트폰 제조는 큰 타격을 받았고 ZTE도 막대한 벌금을 낸 이후로 지금까지 힘든 상황이다. 중국정부가 올해 양회에서 강력한 경기부양책 대신 과학기술 역량 강화를 통한 총 요소생산성 향상을 강조한 것은 이러한 배경이다. 이는 작년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2021년 중국 경제운영 우선과제로 국가 전략적 과학기술 역량 강화로 제정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올해 31개 지방양회에서 모두 “첨단기술 기업 육성”, “R&D 투자확대와 혁신센터 구축”, “중점 과학기술 실험실 건설” 등 다양한 정책이 전면에 출시되었다. 앞으로 중국이 집중적으로 발전시키려는 첨단분야는 2025년까지 희토류 등 신소재, 로봇공학, 항공기엔진, 신에너지 차 및 스마트카, 농업기계와 첨단의료장비, 고속철, 대형 LNG 운반선, C919 대형여객기, 위성위치확인 시스템이다. 또한 2035년까지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반도체, 뇌과학, 유전자 및 바이오기술, 우주, 심해탐사, 임상의학 및 헬스케어 등 7대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전략적 목표로 제시되었다. 추가로 이번 양회에서 또 주목되는 것은 과학자들의 국가 연구프로젝트 신청절차와 자금청구 등 서류에 대해 간소화 하는 것이다. 리 총리는 과학자들의 소중한 시간을 복잡한 절차와 영수증 처리에 소비시킬 수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강조하였다.

‘애국자가 관리하는 홍콩’ 

2019년 홍콩정부의 범죄인 인도를 위한 형사법 관련 법률 개정으로 촉발된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결국 중국 공산당 정부에 대한 반발로 이어졌다. 위기감을 느낀 중국정부는 작년 양회에서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이어 올해 양회에서 중국정부는 홍콩 선거제도도 개편하여 구의원 몫은 없애고 선거 입후보자 자격을 심사하는 고위급위원회를 설치하여 현지 선거인단에 대한 중국정부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었다. 리커창 총리는 이는 ‘일국양제를 보완하고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을 견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보는 홍콩과 티벳 및 신장의 문제는 인권보호 차원이며 중국과 미국 양국 간의 정치적 패권싸움의 주제이기도 하다.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명하면서 전 세계 동맹국들과 합심하여 중국을 제어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인권과 민주주의 수호라는 가치관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분열상황 때문에 현재 바이든 정부는 오히려 국내통합에 치중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기치로 내세웠던 인권과 민주주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국회난입 사태로 크게 퇴색되었다. 바이든 정부는 비록 ‘미국의 리턴'을 외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트럼프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고 이어가고 있다. ‘바이 아메리카’정책이 대표적인 것이다.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고 있는 미국이 동맹국들을 동원하여 대중 제재정책을 일관되게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보인다. 사실 2019년 당시 트럼프 정부는 홍콩시위문제에 아예 간섭하지 않았으며 홍콩시민들이 스스로 잘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하였다. 지금의 바이든 정부도 미얀마 민주화 시위를 포함하여 세계적인 민주화운동에 적극적으로 간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부총리 및 부주석을 전인대 상임위에서 수시로 임명 및 제명 가능

이번 양회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하지만 해외에서 별로 강조되지 않은 내용이 있는데 바로 중국의 ‘기본법’이라고 불리는 전인대 조직법(全国人大组织法)과 전인대 의사규칙(全国人大议事规则)이 시행 30여년 만에 개정된 것이다. 본 법률은 2015년 이후 연속 7년간 전인대 차원에서 심의해왔던 중요한 법률 개정이다. 중국 법률체계에서 '1법 1규칙(“一法一规则”)'은 인민대표대회의 조직제도, 업무제도와 업무절차를 규정하기 때문에 인민대표대회제도 '기본법'이라고 불린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국 현행 전인대 조직법은 1982년에 제정되었으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각 위원회와 대표의 직권과 직책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일부 법학자들 사이에서 이를 '헌법적 법률' 이라고 부른다. 전인대 의사규칙은 1989년에 제정되었고, 전인대 회의 개최에 대한 문제를 규정하고 있다. 이 법률에서는 대회가 언제 열리는지, 안건을 어떻게 제출하고 심의하는지, 업무보고서를 어떻게 심의 하는지, 국가계획과 예산 등에 대한 심사방법 등 전체과정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럼 이번 양회에서 '1법 1규칙' 을 왜 개정했을까? 전인대의 해석에 의하면 위의 두 법규가 30여년간 지속적으로 적용되어 왔지만 현실 상황은 일련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위원회는 1982년의 6개에서 10개로 증가했고, '헌법과 법률위원회' 등과 같이 명칭이 바뀐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해당 법률조항은 이를 반영하여 수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전국적인 감찰위원회를 신규로 설치하여 부정부패에 대한 감사체제 개혁을 단행하였으며 이런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상무위원회와 관련된 새로운 개혁내용도 법률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법률개정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의사결정에서 국민중심의 민주주의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인대 조직법 개정안은 '전체 의사결정 과정 민주'를 강조하여 '전 과정 민주주의를 견지하라', '국민의 의견과 제안에 귀를 기울여라', '전체 과정 중에서의 민주주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라'는 등 글귀가 포함되어 있다. 다음으로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작년 코로나 통제상황에서 개최된 '축소판' 양회의 경험을 정리하여 전국인민대표대회 의사규칙 수정안은 전국인민대표대회 개최에 대해 원칙적 요구를 제시하고 있다. 즉, 회의 일정을 합리적으로 배정하고 논의되는 내용의 질과 효율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법률안 심의 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임면권을 확대하여 국무원 부총리와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임면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 최고의사결정층의 중요한 직책에 대한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쉽게 표현하면 앞으로 부총리와 부주석은 수시로 임명하고 수시로 해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무원 부총리는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 조직법'의 규정에 따라 총리를 보좌하는 직으로, 부총리의 인선은 국무원 총리가 지명하고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투표로 결정한 후에 국가주석이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결정에 따라 임명해 왔다. 국무원 구성인원으로서 부총리는 임기 5년이며 최대 2기까지 연임할 수 있다. 총리의 출국 방문기간에는 상무 부총리가 총리직을 대행한다. 제7회 국무원 리펑 총리부터 국무원 부총리는 모두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맡았고, 제1부총리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었다. 앞으로 이런 절차 없이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상황에 따라 부총리와 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부총리는 총리 인선의 중요한 참고지표가 된다.  향후 총리 선정에서 중국의 미묘한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안유화 필자 주요 이력
▷중국 지린성 옌지시 출생 ▷고려대학교 경영학 박사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외교부 경제분과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