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 한·중MZ기자, 반중(反中) 넘어 소통 찾기

2021-12-07 14:06
한국 MZ, '조별 과제', '중화사상' 경험이 반중 정서 영향
대만, 일본 호감도 5점대…중국 1점대
양국 '소통의 필요성' 찾는 노력 필요

중국은 많은 나라들에 '비호감'이다. 특히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헤게모니 쟁탈전 와중에 ‘글로벌 줄 세우기’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당장 두 달 앞(2022년 2월 4일 개막)으로 다가온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선수단만 참가, 여타 교류는 거부) 움직임이 나타난다.
 
‘반중(反中)-비호감’ 여론조사 결과도 자주 등장한다.
 
영국의 권위 있는 경제 미디어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와 데이터 분석 회사 유고브(YouGov)가 지난 11월 미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34%가 중국을 적국(enemy), 41%가 비우호적(unfriendly)이라고 응답했다. 미국인 10명 중 7명 이상이 중국을 ‘친구가 아니거나 적’으로 여긴다는 말이다.

지난해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조사도 비슷하다. 미국 국민 73%가 중국을 비호감(unfavorable)이라고 답했다. 조사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최고치다.
 
한국은 어떨까. 서울시립대 하남석 중국어문화학과 교수팀이 2018년 한·중·일 20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한국 청년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5점 만점에 2.14점에 불과했다. 일본 2.83점보다 낮았다. 일본보다 중국을 더 싫어한다는 뜻이다.
 
요즘 한국 청년층은 어떨까. MZ세대, 밀레니엄(1980~1990년대생)세대와 Z세대(2000년 전후 출생)를 합친 이들은 과연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주경제신문이 발행하는 <아주일보>에는 중국인 기자들 10여 명이 근무한다. 우리나라 유일의 중국어 일간지인 <아주일보>는 2007년 창간 이후 지난 14년간 거대한 중국 시장에 한국의 콘텐츠를 직접 전달해왔다. 한·중 양국의 '소통 언로'로서 아주일보는 한·중 양국 간 우호 관계를 증진하는 데 앞장서 왔다.

그래서 한·중 MZ세대 기자들이 함께 이 화두를 놓고 취재하고 난상토론을 했다.
 
먼저 아주경제신문 MZ세대 기자들이 지인들을 상대로 미니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는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공식 여론조사는 아니었지만 대다수 한국 MZ세대들은 중국에 대해 비호감을 넘어 반감을 갖고 있었다.
 
이 결과를 놓고 한중 양국의 MZ세대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서로 속내를 드러냈다. 한국 MZ세대의 반중(反中) 정서 실태와 문제 원인, 해결 방안을 엿볼 수 있었다.
 
◆조별 과제의 악몽
한국의 MZ세대는 왜 중국을 싫어할까. 20명의 20대 남녀, 회사원 또는 대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대학 시절 경험, 특히 ‘조별 과제(소그룹별 수업 방식) 악몽’을 떠올리며 그 이유를 말했다.
 
한 응답자는 이렇게 적었다. “조별 과제는 구성원 모두 역할을 나눠 성실하게 해줘야 모두가 편한데 함께 과제를 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과제 마감 기한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내용 또한 대충 작업해 좋지 않은 학점을 받았다. 중국인 유학생, 더 나아가 중국인에 대해 혐오까진 아니지만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었다.”
 
중국인 유학생과 조별 과제를 2번 해봤다는 응답자는 “중국 유학생이 한국말을 잘 못해 과제 이해도가 떨어졌다. 자료 조사에서도 답답한 면이 있어 조원들이 중국인을 제외하고 역할 분담을 했다. 중국인이랑 같은 조면 한 명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같은 조 되는 걸 안 좋아한다”고 적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대학 시절 중국 학생들이 조별 과제에 잘 참여하지 않았고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보고서에서 이름을 빼자 화를 냈다.” “불성실의 아이콘. 수업 중에 자거나 도망감. 조별 과제 시 맡은 업무 안 해. 자기들끼리 뭉치고 폐쇄적이다.”

대학생들이 수업 중 겪었던 일상의 경험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악화되는 모양새다.   
 
◆홍콩 대자보 훼손, 중화사상···1점대 호감도
정치문화적인 측면의 부정적 이미지도 적지 않았다.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편견을 주제로 수업 과제를 하면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탈피했다는 응답자는 이렇게 답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중국인 친구들을 만났을 때 고정관념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고 별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보면 달랐다.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학교에 내걸린 홍콩 지지 대자보를 중국 학생들이 찢거나 험한 욕을 쓰며 훼손했다. 이걸 막으려는 한국 학생들과 실제 싸움으로 번지는 걸 지켜봤다.”
 
중국 중심주의적 사상인 중화사상(中華思想)을 이유로 꼽은 이도 있었다.
 
“중국인을 싫어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중국인과 부딪힌 적이 꽤 있는데, 그럴 때마다 ‘중화사상’을 너무 드러냈다. 자기 나라를 자랑스러워하는 동시에 다른 나라와 그 문화를 무시해 마음에 안 들었다. 내가 만난 중국인들 10명 중 8명은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중국 회사에서 2년 동안 일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은 “젊은 중국인이라고 해서 중화사상이 없진 않은 듯하다. 같이 잘 일하다가도 뜬금없이 중화우월사상이 튀어나와서 좀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특유의 중화사상에 따른 언행으로 불쾌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문화적인 면에서 저작권 무시, 연예계 및 방송계 규제가 있다.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억압, 현 정부·여당 친중국 지향, 동북공정, 미세먼지 등이 악영향을 미쳤다.”
 
10명에게는 나라별 호감도를 물었다. 10점 만점에 미국, 중국, 일본, 대만에 각각 점수를 매겨 달라고 했다. 각각 평균 미국은 7.8점, 대만 5.8점, 일본 5.5점으로 중간 이상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1.8점에 그쳤다.
 
이런 결과를 두고 한국과 중국의 MZ세대 기자들이 만났다. 중국 기자들은 놀라지 않았다.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오해를 바로잡고 싶어했다. 담담하게 부족한 걸 인정했고, 대안도 얘기했다. 한국 젊은 기자들 역시 공감하며 어떻게 관계를 풀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아주일보 중국인 기자들(왼쪽)과 아주경제 기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6인 한·중 MZ세대 기자 난상토론
▷이검=제 경험담을 말하자면 한국에서 대학원(한국외국어대) 첫 1학기 때는 거의 아무것도 못했다. 중국하고 한국의 교육 체계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작년에 대입수능시험 국어 문제를 봤는데 주제에 대한 발표가 많았다. 중국의 경우 시험문제의 질문이 아예 다르다. 한국 수능시험에서 자기 의견이나 주제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다. 중국은 대부분 시험 문제가 ‘핵심 요약’이 많다.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 대학생이랑 같이 조별 과제를 준비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보통 조별 과제 마지막에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지 않나. 대학원 초기 내가 중국 대학 한국어과를 졸업했음에도 발표하라고 하니 멘붕(멘탈 붕괴)이 오는 거다.(일동 웃음) 한국어로 발표하는 거는 아예 배우지 못했다.
 
또 다른 경험은 문화의 차이에 대한 거다. 한번은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신고 수업에 들어갔더니 박사 과정 선배가 나에게 “나가”라고 했다. 나중에 내가 왜 혼났는지 알게 됐다. 그런 복장으로 수업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걸 그 선배의 교육 덕분에 알게 됐다.
 
정치·사회 부문에 대해 제 개인 생각으로는 언론 보도로만 봐서는 자세히 모른다. 홍콩 시위 같은 부분은 직접 가봐야 알 수 있다. 인권과 빈곤 문제 등도 그 기준 자체가 다르니까. 기준이 달라서 생긴 문제인데, 한국의 언론은 서양이나 미국에 더 가까운 느낌을 받는다.
 
시민의식 수준은 사실 중국이 많이 떨어진다. 법이나 규칙을 지키는 부분이 한국 사람보다 확실히 차이 난다. 중국인들이 쓰레기 투기 등 공공장소에서 언행을 조심해야 하는데 잘 못한다. 시민의식 관련한 지적을 들으면 ‘내가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이 왜 이런 지적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심이 좀 더 많으면 좋겠다. 한국이 다문화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서 하는 정책 기조가 있지 않나.
 
▷상해천=조별 과제에 관해 말하면 중국 교육 방식은 주로 주입식이다. 교수님이나 선생님이 강의하고 우리는 그냥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처음 한국 왔을 때 토론하고 발표하는 형식에 적응하지 못했다. 한국어로 전문적인 지식을 배워야 하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중국인 학생들은 먼저 이해부터 하고 이후에 토론을 해야 하는데 어려움을 느껴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조별 과제를 할 때 각자 뭘 맡을지 나에게 물어보지 않아 이해하지도 못하는 내용을 진행하느라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 한국 친구들도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외국인이라 한국어를 못하니까 아예 표 작성 등 간단한 부분만 주고 한국 학생들끼리만 토론을 진행한다.
 
한국에 온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교육 지원을 더 해주면 좋겠다.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의 역사, 법률, 문화 교육을 집중적으로 해줬으면 한다.
 
▷김슬기=대학 시절 한국 학생 1명과 외국인 유학생 1명을 붙여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수업보다는 일상생활, 버스카드를 어디서 사고 어떻게 충전하는지 등을 알려줬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중국인 포함해 유학생들에 대한 지원은 교육부가 대학 자율에 맡기지 않나 싶다.
 

[아주일보 홈페이지]

▷이가성=한국 사회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책이 참 많은데도 불구하고 한국에 온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다문화적인 교육 지원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내 다문화적인 교육에 대한 지원이 더 커져야 된다. 또 토픽(TOPIK·한국어능력시험) 시험 등급으로 한국 대학교에 입학하는데, 토픽을 너무 간단하게 만든 것 같다. 중국인 학생이 1년 안에 6급(가장 높은 급수) 받는 걸 봤다. 하지만 시험 점수는 아주 높은데 실제로 학교 생활할 때에는 많이 부족한 편이다. 토픽 시험으로 입학하고 수업을 듣고 공부할 때 많이 어려운 것 같다.(한국어능력시험 점수와 실제 대학 수업을 듣는 건 차이가 있다는 뜻)
 
▷이검=중국 제일주의,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에 대해 한국 젊은 대학생, 직장인들이 심하다고 느낀다는 거다. 그게 진짜 좀 안 좋은 부분이다. 중국 노인들은 아직도 “조선은 소국(小國)”이라는 식으로 얘기한다. 중화사상 중에 가장 안 좋은 부분이다
 
▷조강휘=제일 중요한 게 소통이라는 걸 취재 과정에서 다시 느꼈다. 중국 유학생들은 자기네들끼리 몰려 다니고 이메일이나 SNS도 한국과 다른 걸 쓰니까. 일본의 경우 최근에 MZ세대에게 인식이 나아진 이유가 한국인-일본인 커플 브이로그와 같은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보기 때문이다. 문화적으로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중국 내에서 일부 사이트는 닫혀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겠지만 오늘 자리처럼 한국인과 중국인이 소통하는 콘텐츠와 자리가 많아지면 근본적으로 인식 개선이 될 거다. 지금은 단절이 돼 있는 상황 아닌가 싶다.
 
▷최태원=SNS 등 소통의 창구가 없는 것보다는 소통 자체를 안 하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본다. 한국인, 중국인 모두 개인주의가 심해서, 서로 생각이 달라서 마음에 안 들면 소통을 아예 안 한다. 서로 말을 안 하니까 듣지도 않는다. 한국과 중국 사이의 벽이 더 견고해지고 있는 것 같다. 점점 이게 단절이 되고 자기들끼리만 얘기를 하다 보니까 아예 상대를 배척해 버리는 문화가 중국 친구들한테도 있고 우리한테도 있다. 한중 MZ세대 모두 일단 소통에 임하는 노력을 해야 되지 않을까.
 
하지만 노력에 앞서 소통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대부분 한국인, 중국인도 살아가면서 (소통 안 해도) 자기 삶에 큰 영향이 없으니까 그 필요성을 전혀 못 느끼고 있다. 소통의 필요성을 고민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 아닐까 한다.
 
▷상해천=한중 양국 언론의 역할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 인터넷으로 중국을 간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보는 거하고 실제로 중국에 가서 느끼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어떤 중국 매체가 한국에 대한 약간 이상한 기사를 작성하고 웨이보(중국 최대 SNS)에 올리면 ‘한국은 이상한 나라’라는 반응이 많이 올라온다.
 
내가 ‘한국 화장품이 중국 시장에서 부진하다’는 기사를 썼는데, 한국 언론은 다들 그 이유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 본토 화장품 브랜드가 되게 잘 발전하기 때문이다. 팩트를 제시하지 않는 기사가 나오니까 중국에 대한 혐오감을 더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양국 언론이 중립적으로 팩트를 체크하고 보도하는 게 중요하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야 한다. 한국과 중국, 오래된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나라 사이 역시 그렇다. 한국과 중국의 미래를 이끌 MZ세대들의 난상토론에서 진정성을 엿봤다. 흥정에서 나아가 소통과 친교를 위해선 '상호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필요성을 양측이 공유하기 위해선 양국의 국가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하겠다. 그래야 두 나라 국민들이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함께 잘 먹고 잘살 수 있기 때문이다. 

<<<논설위원과 한·중 MZ세대 컬래버레이션은 칼럼과 영상(유튜브 아주3D), 오디오(팟빵 ‘들리는 칼럼’)로 만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