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춧돌, 내수를 키워라]일본 경제 지탱 결국 '내수'…인구·일자리 늘려야

2019-07-24 01:00
아베 총리, 저출산 대응 '인구 1억 총활약 추진실' 설치
내수 확대는 결국 일자리…연금 줄이는 대신 고령 취업 기회 확대 정책 마련

지금부터 100년 뒤 일본 인구가 5055만명으로 줄어든다는 통계가 나왔다. 2017년 기준 1억2422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최근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18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내 사망자 수는 136만2482명이었지만 출생아 수는 91만8379명에 불과했다. 일본의 출생아 수는 1899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기록됐다.

인구 감소는 국가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 투입이 꾸준히 이어져야 하는데, 인구 감소는 결국 노동력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내수 시장의 축소로 이어져 산업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

실제 일본은 세계 최(最) 저출산·고령화 국가로 진입하면서 '1억2000만명 내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의 인구는 2008년 이후 10년 연속 감소세다.

과거 10여년 전만 해도 일본은 세계 시장에서 휴대폰과 TV 등 전자제품에서 경쟁자가 없는 세계 1위였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1억명이 넘는 내수 시장까지 더해진 결과다.

삼성과 LG 등 한국 기업이 이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수에 치중했던 일본과 달리 세계 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 국가별·지역별로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고, 이 전략은 세계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인구가 감소하자, 일본도 인구구조 내수소비 기반이 약화됨에 따라 대외 수출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에서 수출의 기여율은 1990년대 20% 수준에서 2010년대 들어 45%까지 높아졌다. 반면 내수의 기여율은 같은 기간 40%에서 20%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일본이 무역질서 재편을 놓고 대외적인 무역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일 일본 참의원 선거가 고시된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가 후쿠시마(福島)현 후쿠시마시에서 첫 유세에 나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내수 성장 계획을 이어가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2015년 내각부에 '1억 총활약 추진실'을 출범시켰다. 2050년까지 인구를 1억명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관련 장관직도 신설해 저출산 해결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올해 10월부터는 유아 교육 및 보육 무상화 정책도 시행한다. 일시적 장려금 지급이 아닌, 교육 및 보육 부담을 줄여 출산율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총활약'은 '일할 수 있는 일본 인구 전체가 일한다는 의미'로 인구 증가와 함께 일자리 확대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인구가 늘고 일자리를 가져야 내수 활성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특히 고령 인구에 대해서도 일정 소득이 있는 고령자의 연금을 깎는 대신 이를 유지해 일하려는 고령자의 의지를 꺾지 않겠다는 방향을 세웠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고령자의 연금을 줄이는 재직노령연금제도를 폐지하거나 수정하는 법안을 내년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앞서 아베 총리도 지난해 3선 과정에서 "기업이 고용을 보장하는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최대 70세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관련법 개정과 고령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민간기업의 고령자 채용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일본에서 경제활동 인구의 77%가 취업을 하며 역사상 유례없는 고용 붐이 일어나는 것도 이 같은 정책 영향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이 같은 아베 총리의 인구 증가와 일자리 확대를 통한 내수 활성화 정책과 비슷한 면이 있다. 반면, 일본과 달리 성급한 임금인상만 가져오면서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다는 지적이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단기적인 효과에만 치중하다 보니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데만 재정을 쓰고 있다"며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고 경제 구조조정을 위한 큰 그림, 그리고 산업의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은 결국 기업의 실적이 좋아져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결론이다. 아베 정부는 양적 완화를 통해 기업들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창민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은 임금을 늘려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만 기업들이 침체되면서 오히려 일자리가 감소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반면 일본은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을 마중물로 삼으면서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일자리까지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