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일해도 안살래요!”…日불매·反유니클로 정서에 ‘텅빈 매장’

2019-07-19 07:03
강남역 상권, 탑텐·에잇세컨즈 등 국산 SPA브랜드 매장 '북적'

18일 오후 유니클로 강남점 계산대에는 계산하는 손님없이 텅 비어있다. [사진=조아라 기자]


“유니클로 세일기간이어도 사고 싶지 않아요, 일본 얄미워요!” 

18일 오후 그동안 북적였던 강남 일대 유니클로 매장들은 대체로 한산했다. 일본 불매 기업 1순위로 지목되면서다.

특히, 지난 1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페이스트리테일링 결산 설명회에서 오카자키 다케시 유니클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한국 소비자 무시 논란이 벌어진 뒤 그나마 유니클로를 찾던 고객들의 발걸음도 눈에 띄게 ‘뚝’ 끊겼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가 사과하고, 17일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올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배우진 에프알엘코리아 대표가 90도로 고개를 숙였지만 논란은 지속되는 모양새다. 지난 9일만 해도 단순히 반일 감정에 휩쓸리기 보다 ‘가성비 아이템’을 사기위해 방문했던 손님들까지 이번 사건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오후 2시 방문한 유니클로 서초점의 계산대는 텅 비어 있었다. 30분 동안 매장을 방문한 고객은 10명 남짓이었지만, 계산하는 손님이 없다보니 계산대를 지키기보다는 옷을 정리하는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유니클로 서초점은 아파트 단지, 오피스텔 등 주택가로 둘러 쌓여 있어 구매할 제품을 미리 생각해두고 방문하는 목적구매 소비자가 자주 찾는 매장이다.

매장에서 그나마 소비자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은 ‘가격 할인’이라는 빨간색 안내문구가 붙은 곳이었다. 9900원이나 19900원이라고 적힌 코너에서만 소비자를 찾아볼 수 있었다. 대학생 김모씨는 “유니클로 불매운동하는 것은 알지만 유니클로 제품이 저렴하니 어쩔 수 없이 찾았다”며 “세일하는 제품만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니클로 강남점 또한 평소 보다 매장을 찾는 인구가 크게 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남점은 서울에 있는 50개의 유니클로 매장 중 유일하게 대형점으로 분류되는 핵심 상권의 매장이다.

강남역부터 유니클로 매장으로 이어지는 강남대로는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유니클로 매장은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유니클로 강남점은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총 3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지하 1층 계산대에는 손님 1명과 직원 4명이 있었으며, 2층에서는 손님, 직원 모두 찾아볼 수 없었다. 30분동안 계산하는 손님이 단 한명도 없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방문자들 중에는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매장을 나오는 고객이 대부분이었다. 대학생 윤혜지씨는 “날씨가 더워 친구 기다리면서 잠깐 방문했다”며 “불매운동에 대해 알고 있어 구매 계획 없이 땀 식히기 위해서만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니클로 강남역 인근 국내기업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과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 매장에는 소비자가 많이 몰려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유니클로 계산대에는 대기줄이 없었지만, 같은 시간 탑텐과 에잇세컨즈 강남점에는 2명 이상의 대기 고객이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실제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유니클로 매출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줄었다는 통계도 나온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유니클로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양해를 구한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