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송현정 기자' 비난 여론에 文대통령 대담 긍정적 효과 '어쩌나'

2019-05-11 00:00
文대통령 취임 2주년 맞아 국내 언론사 첫 인터뷰…대북·경제 등 현실적 고민 드러내
文대통령 지지층, 방송 대담 진행자 태도 비난 여론전 …與野 정치권으로 불똥 튀어

'난데없는 불똥'이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 이슈를 덮었다. 정작 주인공은 온데간데없이 '주변부 논란'만 부각되는 모양새다.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내 언론사 인터뷰 얘기다. 문 대통령의 방송 대담 진행자를 맡은 송현정 KBS 기자의 '무례한 태도' 논란은 하루가 지난 10일까지 계속됐다.

◆北 경고한 文대통령 與野 대표에 협치 손짓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했다.

문 대통령을 에워싼 정치적 환경은 좋지 않았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인터뷰 직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4일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한 지 닷새 만이다.

같은 날(9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tbs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성인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36.4%)과 자유한국당(34.8%)의 지지율 격차는 1.6%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정부 출범 이후 최소 격차다. 
 

지난 9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를 TV로 시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1.8%포인트 하락한 47.3%였다. 반면 부정평가는 같은 기간 2.6%포인트 상승한 48.6%로, 오차범위 내 '데드크로스(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현상)'를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 생중계로 진행한 국내 언론사 첫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각종 현안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잘 드러냈다.

특히 군사 도발을 감행한 북한을 향해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싶다"면서도 "대북식량 지원 합의를 위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회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북한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하면서도 '문은 닫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고심이 드러난 대목이다. '정교한 중재역'으로 남북 및 북·미 교착 국면을 돌파해야 하는 문 대통령으로선 최선의 발언으로 보인다.

◆송현정 기자 독재자 질문하자, 국민청원으로 불똥

보수진영이 우려하는 경제관에 대해서도 '유연한 입장'을 취했다.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만남을 '친(親)재벌' 행보로 비판하는 사고에 대해 "이분법적"이라고 잘라 말한 뒤 "대통령이 재벌을 만나면 친재벌이 되고, 노동자를 만나면 친노동자가 되겠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에 도움 되는 것이라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벤처기업이든 누구든 만날 수 있고 방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서도 '원칙론+감성정치'로 난해한 질문을 돌파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재판 확정 이전에 사면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박근혜·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보면 정말 가슴 아프다. 저의 전임자분들이기 때문에 아마 누구보다 제가 가장 가슴 아프고 부담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했다.
이번 대담은 송현정 KBS 기자가 진행했다. 사진은 청와대 춘추관.[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논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거졌다. 방송 도중 문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대담 진행자의 말 끊기와 표정 등을 놓고 비판 여론이 분출했다.

특히 대담 진행자가 야권이 자주 사용하는 '독재자' 단어를 거론하며 질문하자, 비난 여론은 극에 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담은 검증된 실력을 가진 대담자와 하도록 해 달라'는 제목의 청원 글까지 올라왔다.

진행자는 당시 "청와대가 주도해 야당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정국을 끌어가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에서 대통령께 '독재자'라고 얘기하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독재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촛불 민심에 의해서 탄생한 정부에 그냥 독재라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색깔론을 더해서 좌파 독재 그런 식으로 규정짓는 것은 참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KBS와 가진 특집 대담에서 진행을 맡은 KBS 송현정 기자의 태도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문 대통령이 더 공격적인 공방이 오갔어도 괜찮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치권 공방을 펼쳤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면 아마 바로 반격, 공격했을 것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북핵외교안보특위 연석회의에서 "자기와 반대 의견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고 왕따로 만드는 독재의 수법을 이용하는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KBS 기자 출신인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인터뷰의 진면목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기자는 무엇이나 질문할 권리 있다"고 송 기자를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