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회계사 모두 부담스러운 새 외감법
2019-03-26 20:01
새 외부감사법이 감사를 하는 쪽, 받는 쪽 모두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쇼크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부실감사를 줄이려고 법을 고쳤더라도 기업이나 회계법인을 지나치게 옥죄는 면은 없는지 살펴야 하겠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코스피 상장법인인 아시아나항공이 이날 다시 낸 2018년 감사보고서 감사의견은 한정에서 적정으로 바뀌었다. 상장사가 적정보다 나쁜 감사의견을 받으면 주식시장에서 불이익(관리종목 지정·상장적격성 심사)을 받을 수 있다.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는 사례도 속출했다. 코스피 20곳과 코스닥 37곳을 합쳐 모두 57개 상장사가 이달 들어 감사보고서를 제때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에는 이런 회사가 20곳 남짓밖에 안 됐다. 상장사는 주총 일주일 전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은 대개 기업·감사인 간 이견 때문에 일어난다. 올해에는 회계법인이 과거보다 많은 자료를 기업에 요구했을 수 있다. 재무제표를 더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새 외감법은 감사인을 주기적으로 바꾸게 했다. 만약 새 감사인이 과거 재무제표를 살피다가 오류를 발견하면 해당 회계법인도 처벌을 받는다.
이런 책임을 피하려면 감사 수위를 높여야 하고, 비적정 감사의견이 무더기로 나올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다시 적정 의견을 받아 한숨을 돌리기는 했어도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불안하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새 외감법 도입으로 감사인은 추정을 바탕으로 산정하는 계정과목에 대해 예전보다 보수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인 강제 지정에 떠는 상장사
상장법인은 새 외감법에서 도입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가장 부담스러워한다. 정부는 6년 동안 같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감사인을 강제로 바꾼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이러는 과정에서 유·무형 비용이 추가로 생길 수 있다. 감사인 교체에 따른 보수 증가 외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게 많아진다는 얘기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감사인이 바뀌면 새로 회사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감사시간이 배로 늘어난다"며 "전임 감사인과는 잘 마무리했던 회계 이슈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점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회계적인 판단을 내릴 때 주관적인 견해를 인정해주어서다. 즉, 감사인에 따라 다른 감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IFRS 아래에서는 연구개발비를 재량에 따라 비용에 넣을 수도, 무형자산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한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는 "기업을 이해하고 중점감사 항목을 파악하려면 적어도 2~3년은 지켜보아야 한다"며 "규모가 큰 대기업이라면 이 기간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