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칼럼] 하노이 회담 '미디엄 딜' 대비책 마련해야
2019-02-18 05:00
이달 말 하노이에서 개최될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세기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초 핵단추를 가지고 있다고 설전을 벌이며 전쟁위기까지 불러일으켰으나 싱가포르에서 극적으로 손을 잡고 평화의 장을 열었다. 하노이 담판을 앞두고 양측의 고위층과 실무진이 준비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본격 회담에 앞서 여론 떠보기, 기선잡기, 의중 탐색 등의 외교전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북·미 정상은 하노이회담의 판을 깨지 않고 최대한 성과를 얻어야 할 이유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과 탄핵여론을 잠재우고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에 대응하기 위해서 비핵화의 성과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의 흥행을 위해 트위트 정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하노이 회담에 더 사활을 걸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담판을 계기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시진핑 주석, 문재인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흥행사의 기질을 발휘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를 고리로 체제보장을 약속받고 경제발전을 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하노이에서 두 정상은 어떤 합의를 할 수 있을까? 회담결과에 대해 기대와 회의, 우려가 교차한다. 핵 동결과 미국의 최소한의 상응조치를 맞바꾸는 스몰 딜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비핵화와 체제보장 및 관계개선을 통 크게 맞바꾸는 빅 딜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하노이 회담에서 스몰 딜과 빅 딜의 중간형태인 미디엄 딜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상은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각각 성과를 자랑하는 한편, 우선 급한 불을 끄고 본격적 과제는 이후 협상으로 넘기는 형태의 타협책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핵심사항인 비핵화에 대해서는 영변 핵시설의 폐기, 핵실험장 및 미사일엔진시험장의 폐기·검증 등이 합의될 수 있다. 핵물질·시설의 신고, 폐기 등의 문제는 향후 과제로 남겨질 것이다. 미국의 상응조치로는 인도적 지원, 종전선언 또는 불가침선언,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다자회담 구성,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북한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제재완화는 미국이 쉽사리 양보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종전선언 또는 불가침선언을 통해 북·미 간 적대관계가 청산되고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다자회담이 본격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평화체제 전환이 가져올 한반도 안보상황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평화 프로세스를 주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하노이회담을 발판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하노이 회담에서 제재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가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것이 여의치 않더라도 하노이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준비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우선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을 허용하고,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시설점검 및 개별 관광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넷째, 하노이회담 이후 서울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서울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서울 방문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는 화합의 의미,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서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화합, 공동발전의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박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