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이제는 분명한 비핵화 조치가 필요한 때다
2019-02-15 05:00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측 협상은 작년 6월 싱가포르 정상 회담 이후 답보 상태를 거듭하면서 북핵 폐기, 즉 ‘완전한 비핵화’는 실종된 상태다. 핵심은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 정도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확인에, 김정은 위원장은 체제보장과 경제발전을 위한 미국의 지원 확보로 전환되었다.
비핵화 논의가 변질됐지만 지난 1년여 동안 한반도의 평화가 안정적으로 관리된 것은 분명한 성과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양날의 칼이다.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한반도는 다시 갈등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북·미 관계 악화로 북한은 커다란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고, 한국 정부의 종전선언을 통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추진 동력을 잃게 될 것이 자명하다. 당연히 남북 협력이나 교류 확대도 기대 난망이다.
물론 이번 회담의 성과를 기대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양측이 정상회담을 통해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협상동력을 유지하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게다가 두 지도자는 자국에서의 입지 확보를 위해 유의미한 협상을 해야 하는 당위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패배로 하원을 민주당에 내줬고, 러시아 스캔들과 연방정부 폐쇄, 그리고 중국과의 통상 분쟁으로 지지율이 최악이다. 북핵 협상이 성과로 이어진다면 국면 돌파용으로 유효하다.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경제발전에 매진할 것을 천명한 김정은 위원장 역시 정권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미국과의 타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은 이미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협상 카드로 내민 바 있다. 북핵 협상의 실무를 담당하는 미 국무부의 비건 한반도 특별대표는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평화조약, 한반도 경제 번영 기반 확보는 쉽지 않지만 미국 정부는 먼 길을 선택했다며 비핵화 수위 조절을 천명한 바 있다. 이는 북핵 폐기 방식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수정이기도 하다. 미국은 평양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 실무협상 때 영변 핵 물질 생산 시설 동결 및 폐기 등 초기 비핵화 이행 조치에 상응하는 보상 조치로 북·미 간 연락사무소의 평양 개설과 종전선언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핵’의 상징인 영변 핵 폐기는 지금까지 어떠한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사실 한·미는 1989년 영변 핵시설이 노출된 이후,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부터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선언, 2007년 2·13 합의, 2012년 2·29 합의까지 무려 30년에 걸친 북한식 전술에 농락당했다. 이제 미국은 단숨에 북핵 폐기가 어렵다면 한 번도 관철하지 못했던 검증과 사찰에 대한 확답과 핵 폐기 시간표도 받아야 한다. 적어도 이들이 담보되지 않는 섣부른 합의는 또 다른 불행을 잉태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비핵화의 확고한 원칙 견지가 중요하다. 북한에 끌려가게 되면 북핵 문제의 카드화를 조장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명운이 달린 절호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미국을 설득하면서 북한에도 비핵화의 진정성을 담보할 구체적 실천을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