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송사, 방탄소년단 출연 취소 통보... 한일관계 악화 우려

2018-11-12 00:01

방탄소년단 지민이 입은 티셔츠[ 사진=SNS 캡처]


방탄소년단의 일본 음악 특별 프로그램 출연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일관계가 급격히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일본 민영방송사 TV아사히는 돌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뮤직스테이션 출연 보류를 통보했다. 이어 연말에 방영이 예정된 NHK 홍백가합전 출연도 보류됐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V아사히는 방탄소년단 멤버인 지민이 입었던 티셔츠 디자인을 문제 삼았다. 티셔츠에는 '애국심(PATRIOTISM)', '우리 역사(OUR HISTORY)', '해방(LIBERATION)', '코리아(KOREA)' 문구가 영어로 새겨져 있었고, 광복을 맞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만세를 부르는 모습과 1945년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투하된 원자폭탄을 연상케 하는 흑백사진도 담겼다.     

국내에선 이를 두고 지민이 해당 티셔츠를 착용한 시기가 1년 전인데 이제 와서 출연 무산 카드를 꺼내든 일본 방송사의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일부 일본 매체가 이번 사건을 크게 보도하면서 혐한(嫌韓) 정서를 부추기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달 26일 도쿄스포츠는 "너무나도 비상식적이다. 한국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의 '반일(反日) 활동'이 한국에서 칭찬받고 있다"고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보도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일본 방송 출연 취소가 파문을 일으키자, 더불어민주당은 10일 구두 논평을 통해 "일본 방송사가 정치적인 이유로 방탄소년단의 출연을 취소했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난하면서도 "다만 정치권에서 일본 민간 방송사의 판단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은 미래의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말을 아꼈다.     
 
1년 전 지민이 해당 티셔츠를 입었을 때는 국내에서 ‘개념 아이돌’로 주목 받기도 했지만, 최근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높아지자 일본의 일부 극우세력들은 본격적으로 이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민이 입은 광복절 기념 티셔츠를 두고 ‘원폭 티셔츠’라고 지칭해 폄하하거나 일본 방송 출연에 항의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일본 방송 출연 취소가 한·일관계 악화의 불씨가 될 조짐을 보이면서 해외매체들도 관련 소식을 상세하게 전하기 시작했다.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는 ‘원자폭탄 티셔츠를 입은 방탄소년단, 일본 TV 출연 취소’라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으며, 미국 CNN·뉴욕타임스와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들 역시 방탄소년단의 일본 방송 출연 취소와 함께 한·일관계의 역사적 배경을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