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부터 상가·공장까지…전방위 증세에 놀란 정부, 특위 권고안 뒤집어

2018-07-08 14:49
4000만→2000만원 낮춘 2013년 실제 증가인원은 ‘15만→4만명’
‘부동산-금융’ 세부담에 자산 갈 길 잃으면 ‘수익형 부동산으로’ 우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는 증세하되,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는 미루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3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안에 담긴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방침을 사실상 따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권고안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현행 연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담았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1996년 금융실명제 후속조치로 도입됐다. 이후 부부합산 4000만원에서 개인별 과세로 변경됐고, 2013년에는 기준금액이 2000만원으로 낮아졌다.

기준금액 아래면 15.4%(지방세 1.4% 포함)를 내야 하지만, 넘으면 종합소득세율(6~42%)이 적용돼 합산소득 4600만원부터 24%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이는 금융소득으로 연간 1억원 넘게 벌어들이는 ‘주식부자’ 이외에, 착실히 예금을 모아 노후를 보내는 고령자‧은퇴자 등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1000만~2000만원 구간에 해당하는 금융소득자는 31만명에 달한다.

문제는 ‘세금폭탄’에 놀란 31만명의 금융소득자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이다. 부동산 규제로 갈 곳 잃은 자금에 더해 금융자산까지 빠져나와 수익형 부동산 같은 곳에 몰리면, 또 다른 ‘버블’을 형성할 수 있다.

기재부는 가계의 목돈이 몰려있는 부동산과 금융부문 세부담을 동시에 올리면, 소비심리가 약화되거나 돈이 수익형 부동산에 흘러들어가 자금시장이 왜곡돼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2013년 기준금액이 2000만원으로 낮아졌을 당시, 정부는 과세대상자(2000만~4000만원)가 15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작 2016년 기준으로 4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11만명이 다른 소득처를 찾아 떠났다는 의미다.

이번에도 대상자 상당수가 금융소득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오피스텔이나 상가 같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릴 수 있다.

자금이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숨을 가능성도 있다. 기존 금융소득자의 소비심리가 세부담에 위축됨으로써 내수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우려도 존재한다.

조세를 통한 부동산시장 정상화와 과세형평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도 전에, 자칫 경제성장률을 갉아먹는 ‘제 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당장 올해만 해도 3% 성장률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내년까지 경제주체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를 확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특위 권고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여러 자산소득과의 형평성과 노령자‧연금자에게 미치는 영향,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도 같은 날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는) 처음 얘기가 나온 게 아니다. 지난해 세제개편 때도 검토한 적 있다”며 “방향성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만, 다른 경제상황도 감안하면 (증세할) 때가 있고, 정도도 조절해야 한다.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기존 세율이 0.5~0.7%인 별도합산토지 증여세 세율을 전구간 0.2%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특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현행 세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런 판단을 한 것도 현재 경제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별도합산토지 세부담은 결국 임대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 부총리는 “특위가 세율 인상을 권고했지만, 생산에 활용되는 상가‧빌딩‧공장에 부속된 토지가 많다”며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