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연금계좌가 여러개 있다면 어떤 걸 먼저 받는 게 좋을까
2024-01-18 18:00
류연서 KB골든라이프센터(평촌범계) 센터장
연금 받기 전략은 연금 자산을 모으는 것만큼 중요하다.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연금을 더 많이, 더 오래 받을 수도 있고, 세금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후준비를 위해 여러 개로 나눠서 가입한 연금 계좌는 어떤 순서로 받으면 좋을까.
우선 연금 수령 시 적용되는 세율이 낮은 것부터 인출하는 것이 좋다. 세금이 많으면 필요자금을 위해 더 많은 금액을 인출해야 한다. 초기에 많은 금액을 인출하면 연금 자산이 더 빠르게 줄어들어 연금 계좌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따라서 연금 지급 시 비과세 혜택이 있는지, 연금 수령 나이에 따른 적용 세율은 얼마인지, 그리고 퇴직소득세 감면혜택 후 실제 부과되는 세율은 어느 정도인지를 꼼꼼히 비교하고, 세금을 적게 내는 계좌부터 받는 것을 추천한다.
이때 금리가 낮지만 특별중도해지이율이 높은 것부터 수령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특별중도해지이율은 연금지급 시 적용되는 이율이다. 가입 중인 상품의 금융기관 홈페이지 또는 상품 핵심설명서에서 확인 가능하지만, 금융기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금리상승기에는 만기가 긴 것부터, 금리하락기에는 만기가 짧은 것부터 수령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현재 수익률이 마이너스이더라도 향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상품이라면 후순위로 인출을 미루는 것이 좋다.
연금저축, 개인형IRP 등 사적연금은 종합과세대상소득한도 연간 1500만원에서 수령하는 것이 좋다. 초과 시 종합소득신고 또는 기타소득세(16.5%, 지방소득세 포함)로 분리과세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종합소득세 신고 또는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 적용이 유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추가적인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사적연금 계좌와 퇴직금 수령 계좌를 따로 관리하고 있다면 연간 1500만원 범위 내에서 사적연금을 먼저 인출하고, 부족분은 사적 연금 종합과세대상소득한도에 포함되지 않는 퇴직금 재원에서 충당해 자금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와 건강보험료가 걱정된다면 일반 금융 계좌부터 인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자·배당 등 일정 금액 이상의 금융소득은 종합과세 대상으로 분류돼 세금을 추가 부담하거나, 건강보험료 산정기준 소득에 합산돼 건강보험료를 증가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 연금자산보다 일반 금융자금을 일부라도 먼저 소진하게 되면 금융소득이 줄어들어 추가적인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연금 계좌에서 발생한 수익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건강보험료 산정소득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연금 수령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타 연금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인출 계획을 설계하는 것이 좋다. 이때 개인의 상황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금융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소중하게 모은 연금자산이 효율적으로 인출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기는 지혜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