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괴짜’ 사우스게이트 감독, ‘배부른 돼지’ 잉글랜드 바꾸다

2018-07-08 05:52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잉글랜드가 28년 만에 월드컵 4강에 진출하며 ‘축구 종가’의 자존심을 지켰다. ‘모래알’ 조직력이었던 잉글랜드를 하나로 뭉치게 만든 건 2016년 11월 잉글랜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한때 스타 군단을 보유하고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는 번번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 ‘배부른 돼지들’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었던 잉글랜드를 변화시켰다.

잉글랜드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그친 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탈락으로 일찌감치 짐을 쌌다. 유로 2016에서도 16강에서 만난 ‘아이슬란드 돌풍’의 희생양이 됐다. 이후 잉글랜드는 감독들의 무덤으로 변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잉글랜드의 지휘봉을 잡은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달랐다.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수들을 변화시켰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괴짜’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잉글랜드 선수들의 정신력 강화를 위해 군사훈련소에 입소시켜 극기훈련을 받도록 했다. 마치 과거 대한민국의 ‘해병대 극기훈련’ 체험을 방불케 했다. 선수들과 함께 흙탕물에서 뒤엉켜 ‘전우애’ 같은 팀워크를 다졌다.

또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상식을 깨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전술적으로도 완성된 팀을 만들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축구가 아닌 다른 종목을 연구하며 해답을 찾았다. 세트피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을 직접 관전하기도 했고, 미국프로농구(NBA)의 다양한 전술을 응용했다.

결과는 확실했다. 잉글랜드는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에서 무패 행진을 벌이며 본선 무대를 밟은 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잉글랜드가 이번 월드컵에서 뽑아낸 총 11골 가운데 페널티킥을 포함해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온 득점이 8골이었다. 특히 8일 벌어진 8강전에서는 이번 대회 최강의 ‘철벽 수비’를 자랑하는 스웨덴을 상대로 세트피스에서 2골을 터뜨리며 ‘준비된 팀’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제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사상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잉글랜드는 러시아를 120분 연장 혈투 후 승부차기 끝에 극적으로 꺾은 크로아티아와 12일 준결승에서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