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 별세] 고인은 "조촐하게"…재계 '정도경영' 뜻 기리려 애도물결

2018-05-21 17:30
빈소 이틀째, 비공개 가족장으로 조용한 분위기 속 정·재계 조문행렬 잇따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20일 타계한 재계의 ‘큰 별’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빈소에 이틀째인 21일 오전 10시부터 정‧재계 인사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앞서 LG그룹 측과 유족이 사흘간 비공개 가족장을 치르겠다고 밝힌 만큼 구 회장의 빈소는 다른 장례식장과 비교해 조화나 조문으로 북적이진 않았지만, 고인의 ‘정도경영’의 뜻을 기리는 애도 물결은 계속 이어졌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손경식 CJ 회장은 이날 조문을 마치고 "이렇게 빨리 가실 줄 몰랐다"라며 비통한 마음을 표현했다.

손 회장은 "정도경영에 앞장서신 분으로 큰 일을 하고 가셨다"며 "앞으로 새로 맡으신 분(구광모 LG전자 상무)이 잘해서 (고인의) 위업을 더 계속 빛나게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 회장은 후계자인 구광모 상무에 대해선 "그분도 잘하는 분"이라며 "LG의 여러 중진들이 많이 계시니깐 전부다 도와주실 것으로 생각하고, 원래 LG는 화기애애한 그룹이다"고 강조했다.
 

허창수 GS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빈소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 회장도 이날 구 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허 회장은 할아버지(구인회-허만정)와 아버지(구자경-허준구) 세대에 이어 구씨가(家)와 허씨가 간의 3대째 동업자로 구 회장과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

허 회장은 무거운 표정으로 "어제 (이미 구 회장의 별세에 대한) 말을 다 해서 더는 할 말이 없다"며 별세 소식에 참담한 심정을 내비쳤다.

허 회장은 지난 20일 추모사를 통해 "믿기지 않는 비보에 애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후배 기업인들에게 귀감이 됐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에 하늘이 야속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회장님은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킨 혁신적인 기업가였다"라며 "우리 사회가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업인으로서 역할을 다하였다"고 평가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또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도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았으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구자균 LS산전 회장, 강석진 전 GE코리아 회장,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등도 구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빈소를 방문했다.

평소 소탈하고 검소했던 구 회장의 유훈에 따라 사흘간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만큼 첫날에는 범 LG가(家) 등 친인척이 조문하고, 이튿날부터 40여명의 LG 임원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LG 임원진은 이날 단체로 대형버스 2대에 함께 올라 빈소를 방문했다.

특히 LG그룹의 주요 계열사 전문 최고경영인(CEO)인 부회장 6인이 함께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을 필두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하현회 LG㈜ 부회장은 전날부터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다.
 

LG 고위 임원단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빈소로 단체 조문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차석용 부회장은 조문 뒤 빈소를 나가면서 "황망하고 할 말이 없다"면서 "(구 회장이) 아끼지 않은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한 뒤 비통한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떠났다.

아울러 이날 단체 빈소 방문에는 조준호 LG인화원장을 비롯해 LG전자 사장단도 함께했다. 권봉석 HE사업본부장(사장), 박일평 LG전자 CTO(사장),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 안승권 LG사이언스 파크 대표(사장),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부사장) 등이 조문했다.

​정계에서도 추모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과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빈소를 찾았다.

반 전 총장은 "귀국해서 전화를 드렸는데 구 회장이 '몸이 불편해 다음에 만나자'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며 "그때 병원에 가 문병이라도 했으면 하는 자책감이 든다"고 애통한 심경을 전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울러 이날 빈소에는 총 7개의 조화만 놓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 정세균 국회의장 등이 보낸 조화와 함께 LG, GS, LS, LIG 등 범 LG가(家)와 관련된 곳의 조화만 놓였다.

앞서 LG그룹 측은 "구 회장이 생전에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마다하고 소탈하고 겸손하게 살아왔던 만큼 장례식도 간소하게 치르길 원했다"고 전했다.

LG 관계자는 "자신으로 인해 번거로움을 끼치고 싶지 않아했던 고인의 뜻을 따르기 위한 것으로 조문과 조화도 정중히 사양하오니 너른 양해 바란다"라고 말했다.

실제 고인을 애도하는 조화들이 몇몇 도착하기도 했지만, LG그룹 측은 양해를 구하고 조화를 되돌려보내기도 했다.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도 고인의 빈소를 찾아 넋을 기렸다. 밤늦게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본혁 LS니꼬동제련 부사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허세홍 GS글로벌 사장,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 등도 조문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LG그룹 측은 오는 22일 오전 8시30분 비공개 발인을 엄수한 이후 고인의 유해는 화장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장지는 유족의 뜻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LG 측은 전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됐다.[사진=LG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