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된 글로벌 전자大戰 ④] 정체기 스마트폰 시장... '저가폰'이 판세 갈랐다

2018-05-11 07:47
5년간 점유율 삼성 7.9%p 애플 4.5%p 하락... 중국 업체 합산 19% 급증
저가폰 수요많은 '동유럽·아태지역' 경제발전 따라 새로운 격전지 부상
삼성·애플·LG 등 프리미엄폰 주력업체, 북미시장 등 여전히 선전했지만
오포·화웨이 등 중국 업체 글로벌시장 점유율 높이며 '신흥시장'서 세 확장

 

*편집자 주: 국내 수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TV 등 전자업계가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후발업체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며 힘든 사투를 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와 최근 5년간 세계 전자업계 지형의 변화상을 살펴보고, 대응 전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 자리를 둔 한·미·중 업체의 경쟁에 ‘저가폰’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선 가운데에서도 아시아태평양과 동유럽 등 저가폰 수요가 많은 지역은 경제 발전에 따라 오히려 그 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 새 저가폰 중심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무섭게 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가장 변동 폭 커... 삼성전자 오포에 밀려 2위로
10일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북미 등 지역별 스마트폰 시장의 최근 5년(2012~2017년)간 점유율 변화(판매량 기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은 북미 시장 등 선진국들이 포진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반면에 중국의 업체들은 아시아태평양과 동유럽 등에서 삼성전자 등 기존 강자들의 점유율을 잠식하며, 세를 넓혔다.

가장 변동 폭이 컸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우 시장 1위였던 삼성전자가 중국 오포에 밀려 2위 자리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서 2012년 24.1%의 점유율로 1위였으나, 이후 하락세를 걷다가 지난해 12.5%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오포는 0.9%에서 14.2%까지 점유율을 늘리며, 1위로 올라섰다. 중국의 화웨이도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을 6.8%에서 12.4%로 확대하며 삼성전자의 뒤를 바짝 쫓았다.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근 고전한 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2012년 2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중국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3~4%대까지 밀리며 7위로 추락했다. 

유로모니터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저가폰이 아닌 프리미엄 스마프폰 시장에 집중하여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구축했으나, 오포 및 화웨이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에 집중하며 점유율을 확장하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큰 변화가 있었던 동유럽 지역은 삼성전자가 여전히 1위를 지켰으나, 점유율은 중국 업체들에 3분의 1가량을 내줬다. 삼성전자의 동유럽 지역 스마트폰 점유율은 2012년 39.4%에서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27.0%가 됐다.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은 같은 기간 0~2%에서 최대 7%로 수직 상승하며, 점유율을 나눠 가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태평양, 동유럽 등 신흥시장은 최근 5년간 스마트폰 판매량이 20% 넘게 늘어난 반면 북미와 서유럽 등 선진시장은 10% 수준에 그쳤다"며 "이 같은 격차는 당분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 및 아프리카 등 삼성전자 여전한 강세, 애플은 오세아니아서 1위 올라
삼성전자, 애플, LG전자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하는 제조사들이 약진한 지역도 일부 있었다.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삼성전자가 5년간 1위 자리를 지키는 동시에 점유율도 늘렸다. 이 지역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2년 31.1%에서 2015년 40.6%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지난해 37.0%가 됐다.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최근 5년 새 애플이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 자리를 꿰찼다. 이 지역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2012년 34.8%에서 지난해 36.1%로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경우 같은 기간 37.9%에서 28.2%로 크게 떨어지며, 2위로 내려앉았다.

북미와 남미 지역에서는 LG전자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정체기를 틈타 약진했다. 특히 북미지역에서는 LG전자가 점유율을 2012년 7.3%에서 지난해 11.2%까지 끌어올리며, 애플(31.8%)과 삼성전자(25.0%)에 이어 3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 같은 지역별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는 세계 스마트폰 전체의 지형도 바꾸고 있다. 중국의 업체들이 기존의 강자들을 빠르게 추격하는 모양새다. 세계 스마트폰 업계 1위(2017년 기준)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2년 27.4%에서 지난해 19.5%로 5년간 7.9% 포인트 감소했다. 업계 8위인 LG전자도 같은 기간 3.9%에서 3.8%로 0.1% 포인트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계 2위의 애플도 마찬가지다. 애플도 같은 기간 세계 시장 점유율이 18.5%에서 14.0%로 4.5% 포인트 추락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5위를 점하고 있는 중국의 화웨이와 오포, 비포 등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합계는 2012년 5.1%에서 24.1%로 19.0% 포인트 뛰어올랐다. 국가별로 따지면 이미 중국이 세계시장 1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 같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최근 전략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저가폰을 출시하며,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