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연구개발비가 비용?자산?…객관화 쉽잖아 논란

2018-05-10 23:56
자산 처리하면 영업이익에 긍정적
일부 회사 ‘실적 부풀리기’에 악용
금감원, 바이오업계 조사 나설 듯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논란을 기점으로 바이오업계 전반에 대한 금융당국의 단속이 시작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바이오업계의 ‘성장통’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바이오업체의 신약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위반사항을 공개하며 업계 주목을 받고 있는 금감원은 앞서 올해 초에 테마감리 대상 중 하나로 제약·바이오 연구비를 선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업체 연구비는 업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의약품은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많은 단계의 개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단계에 있다면 연구 자체를 신약이나 자산으로 보는 것이 이론상으로 가능하다.

반면 비교적 낮은 단계에 있는 신약후보물질에 사용된 연구비라면 얘기가 다르다. 개발 성공이 확실치 않으므로 단순히 비용으로 볼 것인지, 연구결과·잠재성 등을 고려해 자산으로 분류할 것인지 등에 대해선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그간 업계 내 일부에서는 낮은 단계에서 소요된 연구비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연구비를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자산이나 영업이익에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다한 무형자산 처리로 실적 부풀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과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자의적 자산화 이후 신약개발에 실패할 경우 일회성 비용으로 처리돼 실적이 한 순간에 역전되면서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관행이 이어지는 것은 업계 특성과 연관이 있다. 업계에는 셀트리온 등 기술 중심으로 시작된 벤처성격을 가진 업체가 많다. 이들은 태생적으로 자체 매출 확보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투자가 있어야만 운영·연구가 가능한데, 회계상 재정구조가 열악해지면 불안심리가 작용해 투자를 유치하는 데 한계가 발생한다. 사실상 자산 처리는 신약개발 가능성에 따라 달라야 하지만,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유사하게 신약개발이 한창인 제약업계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비교적 적다. 자체 사업을 통한 이익 확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연구, 신약 출시를 통한 이익 확보와 같은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 때문에 아예 모든 연구비를 비용으로 처리하거나 비교적 상용화에 접근한 물질에 대한 연구비 정도만 자산으로 처리하는 업체가 대체로 많다.

바이오업체 회계처리에 대한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관행에 대한 변화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회계처리 규제만 남아 선의의 기업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보다는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 변화에 앞서 바이오업계 특성에 대한 사회적 이해 확대가 전제돼야 함을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벤처는 투자가 필수인데, 일부가 고평가를 받고자 전(前)임상시험부터 자산 처리한 것 등이 문제가 된 것”이라며 “객관적 재평가와 재무투명화 작업이 필요하다. 다만 적자가 있더라도 잠재성을 보고 적극 투자할 수 있는,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사회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구비 가치 판단은 업체·투자자·기관 등 입장마다 다를 수 있어 객관화가 어려운 문제”라면서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준이 마련된다면 규제로도 볼 수 있다. 일부 과실이 전체 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