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허인 KB국민은행장 "정복보다 어려운 수성의 길...소통하는 리딩뱅크 리더될 것"

2018-04-23 19:00

허인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1위라구요? 아직 100%는 아닙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의 말이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명동 본점에서 만난 허인 행장은 "그동안 덩치값을 못했다"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분발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자원 고려하면 1등은 당연···수성 위해 노력"

허 행장은 "지점 수나 직원 수 등을 고려했을 때 은행권 내 KB국민은행의 자원 투입이 가장 많다"며 "지금처럼 1등인 상황이 정상적이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신한은행과 1위 공방을 벌이다 연간 당기순이익에서 4000억원 이상 앞지르며 입지를 공고히 했다. 올해 1분기에도 일회성 이익을 포함해 여전히 1위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온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성장 여지가 남아 있다는 판단과 믿음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계대출 속도 조절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올해 기업금융과 해외시장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KB국민은행의 전신이 가계·개인금융 중심 은행으로, 다른 은행보다 가계대출이 많은 상태에서 출발했다"며 "점차 기업금융과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IBK기업은행을 제외하면 은행권에서 기업대출 규모가 가장 크다.

해외시장은 2016년부터 동남아지역 내에서 유기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 중이다. 선진국에서는 CIB(기업투자금융) 중심으로 영업을 추진, 최근 2년 동안 고객대출은 연 평균 38.1% 성장했다.

허 행장은 "여기에 더해 계열사 간 협업으로 더욱 시너지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평소에 주문해온 바다. 현재 KB금융그룹 산하에는 12개의 계열사가 있다.

KB국민은행은 정례회의 등 각종 내부 행사에서 "One-Firm, One-Team(원 펌, 원 팀) KB"를 외치며 결속을 다진다는 게 허 행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소통과 경청을 앞세워 조직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당일인 19일에도 인천지역에서 영업점 직원들과 저녁 만남이 예정돼 있었다. 선착순으로 희망자를 받아 진행되는 '공감 릴레이'는 서로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소통의 장이다.

허 행장은 "직원들이 시대적 화두인 '디지털'과 관련된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며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체할 경우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결국 먹고 사는 문제인 것이다.

다만 디지털이 단순히 모바일 금융서비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는 "단순·반복적인 일을 디지털 기술로 효율화하고, 여유 시간에 고객에게 더욱 집중하자는 게 디지털 금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올바른 기업 문화 정착 위해 노력"

허 행장은 올해 하반기 채용인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가 현장에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유리천장, 성희롱 관련 미투 등 여성과 관련한 문제들도 점차 개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성(性)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며 "외부 옴부즈맨 제도를 만들어 신원 보장 등에 힘써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으로 뜨거워진 '은행원 점심시간 보장' 논란과 관련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허 행장은 "고객과 은행원 각자의 중요 가치가 상충한다"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해진 시간 없이 틈틈이 점심을 챙겨먹는 미국 등과 달리 아시아 금융회사들은 점심시간이 관행처럼 자리잡고 있어 단순 비교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허 행장은 이 같은 변화 유도 과정에서 일관성, 연속성에 초점을 뒀다. '열심히 하되 성급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그는 "경영자는 연속성(일관성 확보)이 중요하다"며 "노동조합과의 관계 개선, 마스터 플랜 수립 등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조와는 자주 만나려고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다리 아저씨'로 통하는 허 행장은 과거 여신심사, 재무·전략, 영업총괄 등 은행업 주요 직무를 두루 거쳤다. 그런 만큼 통찰력과 빠른 판단력 등을 갖춰다는 게 내부의 반응이다.

스스로도 "지난날 윤종규 회장으로부터 많은 역할을 부여받아 경험을 넓혔다"며 "KB국민은행의 성장에 이바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말 취임 이후 임기 6개월째로 접어든 허 행장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